본문 바로가기

생생문화!

사상최대의 미술품 전주에 모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화랑을 시작한지도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반쯤 변 해가고 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지. 자넨 눈이 살아 있어. 고집도 있고 해서 다른 화상들과는 너무나도 달라... 앞으로 성공할꺼야.’

 서예가인 강암 송성용선생께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다른 사람들이 장사치로 치부할 수 있음에도 불구, 30여 년 동안 고서화와 외로운 씨름을 하면서 때론 억척스럽게, 때론 바보스럽게(?) 하루 하루를 살아왔다. 벗어날 수 없는 흡사 숙명같은 사명감이 몸을 칭칭감고 있기 때문이란.

오늘따라, 작품 수집을 하는데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는 자부로 마음이 일렁거린다. 선인들의 혼이 담겨있는 가운데 얼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대할 때면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옴은 물론 하늘을 찌르도고 남을 기쁨은 세상을 모두 얻고도 남음이 있었을 터.
 전국을 안방처럼 생각하고 시간만 있으면 발품을 팔아 어렵사리 수집한 고서화 등 작품들을 수장고에서 꺼내 막상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미술의 즐거움’을 베풀려고 하니 한편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는 것은 솔직한 이내 마음. 일부이겠지만, 작가들의 생몰년과 출생지 등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

 자료 정리가 모두 되지 않아 구전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음을 실토하며, 게다가 만족스럽지 못한 전시 환경으로 인해 소장한 모든 작품을 보여줄 수 없는 게 유감천만이다. 그러나 고가의 미술품들은 사계의 전문가들에게 일일이 감정을 받는 등 아주 객관적인 모습으로 미술 애호가들을 만나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전주 솔갤러리 서정만대표의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 새 봄을 맞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원예술대학교 JTV전주방송이 주최하고 솔갤러리가 주관한 ‘한국서화3백년’이 4월 1일부터 1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전시회는 무엇보다도 3세기에 걸친 한국서화의 흐름을 조명하고 각고의 노력이 응축된 여러 서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예술 감상 차원을 뛰어넘어 겨레의 미감을 되새겨 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임 셈. 특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5주년 기획 행사로 선정, 선보일 정도로 소장품들의 가치와 진가는 타의 추종을 부러워할 전망이다.
 조선시대 명필로 전북출신 창암 이삼만선생의 걸작과 함께 세계 최고의 서예가로 추앙받는 추사 김정희선생의 글씨를 서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마당을 펼쳐놓았으며, 근대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이상범, 변관식, 허백련 등의 그림과 고종의 총애를 받은 초상화의 일인자 채용신의 미공개 작품을 포함, 전북지역의 문인화를 꽃피운 이정직, 조주승, 박규환 등 전북출신 작고작가들의 작품들도 대거 선보인다.
 전주의 문패 ‘호남제일문’의 원본 글씨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 일주문의 현판은 강암 송성용선생이 일필휘지, 전주의 과거에 대한 자존심과 미래의 포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명필이다. 단아하면서도 고졸함을 잃지 않고 웅장한 듯하면서도 자칫 권위롭기 쉬우나 오히려 따뜻한 필치가 우아함을 드러내는 경지로부터 강암의 혼을 만날 수 있기 때문.
 1600년대 초기에 활동했던 전주출신 이덕익의 문인화를 포함, 조선시대 3재로 일컬어지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그림, 조선시대 포도 그림으로 명성을 얻었던 옥구출신 최석환의 홍매도와 국화도, 추사의 제자 허련의 그림들이 봄나들이를 한다.

 특히 조선후기부터 일제시대에 주로 전북지역에서 활동했던 초상화의 일인자 채용신의 미공개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의 비중을 더해줄 것이란 기대다. 고창고등학교 미술교사로 활동한 송태회의 대작들이 공개되며, 민족혼을 고집한 무등산도인 허백련, 반항과 방랑의 황포노인 변관식, 풍류와 분방한 필치의 야생마 이용우, 한국미를 구현시킨 산수화가 이상범 등 한국 근대 산수화 대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기획한 가운데 한국의 첫 서양화가이자 미술계의 장로 고희동의 작품이 더욱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북출신으로 영모화에 능했던 황종하의 후예들 이상길, 서병갑, 추교영 등 호랑이 그림을 서로 비교 감상할 수 있고, 월북화가 이석호, 이근화, 임신 등 미공개 작품, 그리고 묵로의 제자 이규춘의 그림도 소중한 만남을 기약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화단에 큰 획을 그은 김기창, 채색화의 마술사 천경자, 훌륭한 제자를 많이 키운 장우성과 남궁훈, 전북출신으로 묵죽의 귀재 송성용의 각종 대나무, 고창에서 출생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특히 소를 즐겨 그린 진환의 유작, 조선후기에 백수복 병풍으로 명성을 얻은 추사의 손자 김문제의 백수복 병풍, 호남3걸로 불리우는 이정직의 행서, 독립운동 33인 가운데의 한사람 오세창의 전서, 청나라를 여행하며 많은 문인들과 교류한 조주승의 작품 등도 꾸준히 발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주 솔갤러리 서정만대표는 “우리 고장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지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 때맞춰 기획한 이 전시회가 바로 이같은 일을 하는데 작은 고임돌로 작용해 반드시 성사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며 “혹여, 전시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추상같은 질정으로 채칙질하여 주시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고쳐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약속한다고.

 김택곤 JTV전주방송 대표이사도 “한국의 전통서화는 굴절과 변모의 역사속에서도 줄곧 우리의 정서를 노래하면서 뿌리깊은 민족의 정신을 이어오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회고하며 “‘한국서화 3백년’에 이어 앞으로도 이같은 행사를 꾸준히 치르면서 우리 고장 문화예술의 발전에 앞장서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솔갤러리는 지난 1983년 개관이래 조선시대의 민화전, 문화유산의해 고미술 명품전, 강암 송성용 작고 1주기 특별전, 운보 김기창전, 근대로 오는 길목 등 80 여 차례에 기획전을 주최하였으며,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포함, 한국화, 서양화, 서예, 문인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3천 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층과 2층 전시장(약 90평)도 마련, 대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연중 상설전을 열고 있다.

문의는 (063) 285-0567, 286-0567.(전주 솔갤러리) 전민일보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