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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미의 미술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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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9. 앙리 마티스 ‘춤Ⅱ’ 보이는 것이 다다. 단순함은 인간의 궁극적 삶의 로망이다. 삶이 무슨 불가사의하고 몽환적인 상황인 듯 큰 꿈을 꾼들, 허망한 판타지로 끝나는 시트콤이 대부분이다. 간결함의 의미는 깊지만, 그리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씩 비우면서 살라 한다. 뭘 비우는 건지 어떻게 비우는 건지 뜬구름 잡기는 마찬가지다. 서양화는 색으로 말한다. 농밀하고 원시적인 색감으로 20세기 초 화단을 평정한 프랑스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다. 행복과 순수, 기쁨과 환희, 말만 들어도 편안해지는 단어들이 확 떠오른다. 단순한 구도도 혁명적이다. 동시대 평론가들은 색채와 터치가 격렬하다고 야수파라 비난했다. 그는 야수파를 창시한 전설이다. 본 것을 그린다는 대상 재현 프레임을 벗어나 순수한 감정의 표출이다. 모..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17〉 조선 도자 예술의 백미 ‘ 백자 달항아리 지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형용사를 죄다 동원해도 부족하다. 이 불가사의한 설백의 미를 대체 무엇이라 할까? 달항아리는 삶의 이치를 아는 자만이 그 깊이를 다룰 수 있다. 백토라는 양질의 흙(土)이 있어야 하고, 가마에 땔 나무(木)가 풍부해야 한다. 바람(風)이 잘 통해 불(火)이 잘 들어야 하고 당연히 물(水)도 좋아야 한다. 그러니 오행을 모르고 백자를 빚을 수 없다. 이런 장소를 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타고 난 팔자가 있어야 한다. 고려청자를 넘어 백자가 탄생한 것이 조선이다. 왕실 그릇을 담당한 사옹원의 분원인 지금의 경기도 광주 일원에 관요를 짓고 420년간 도자기를 생산했다. 특히 17세기 말 18세기 초 사기장들이 일을 냈다. 세상에 없는 멋진 백자 달항아리를 만들었..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6〉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5> 장한종 ‘책가도병풍’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유일한 대안은 책이다. 진화를 거듭하는 인간의 욕망도 시대에 따라 진보한다. 변치 않는 간절함 하나가 있다면 인식의 확장이다. 책은 깊어진 사유의 세계를 확인시키는 원인이고 결과다. 선인들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며 만명의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다르리라’ 했다. 책을 가까이하는 직업이 아니어도 인간은 책에 대한 강박이 있다. 이런 발전에 대한 근원적 욕구를 채워주는 그림이 있다 18세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책 정물화, 책거리다. 책거리는 책과 여러 사물을 그린 조선에만 있는 독창적인 민화다. 조선 정조는 최고의 화가 10명을 선발하여 책거리를 그리게 했다. 책을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겠다는 의지였다. 어좌 뒤에도 일월오봉도 대신 책거리를 두었다. 궁중 화원이었던 열..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14〉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예수의 부활’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슈퍼스타는 예수다. 기독교에서 예수는 인간으로 태어난 신이다. 이슬람교도 선지자로 존경한다.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원천도 예수다. 예수가 고난의 길을 걸으며 강조한 정신이 ‘사랑의 실천’이다. 사랑으로 태어난 우리는 사랑으로 평생 산다. 존재 이유로 위대한 가치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일, 불의에 저항하는 일도 사랑이 베이스다. 시나 음악이나 그림도 초월한 성령이 느껴질 때 진한 감동이 온다. 두루두루 갖추었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다.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 외딴 시골 산 세폴크로에서 태어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15-1492)는 종교 화가이자 미술의 원근법을 저술한 수학자다. 중세 성화는 교회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기능적 역할이었다. 예수의 몸도 절대..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3〉 강요배 ‘동백꽃 지다’ 동백꽃 뚝뚝 지는 소리가 새벽 고요를 흔든다. 떨어진 땅에서 더 붉게 살다 간다. 삭풍을 견디고 추운 겨울을 버티고 핀 꽃이다. 그리운 어머니를 사무치게 보고 싶게 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애절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때문이다. 심금을 울린 이 노래로 동백꽃은 대국민 스타다. 동백꽃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의 정서가 녹아 있다. 이 빨간 동백을 더욱 붉게 만든 화가가 있다. 제주도 사람, 현대 민중미술의 중심작가 강요배(1952-)다. 민중미술이라는 고착된 카테고리로 엮는 것이 미안해지는 실존적 주체성이 강한 작가다. 제주 4·3 민중항쟁을 그린 여러 작품 중 가장 상징적인 그림이 ‘동백꽃 지다’다. 시대성과 역사 정신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세기를 ..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2〉 에곤 실레 ‘죽음과 여인’ 죽음이란 삶의 일부다. 죽음을 생각하며 진지한 삶의 당위성을 설명하지만, 언어유희일 뿐이다. 누구도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의 문제를 종교적 해석에 기대어 편안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죽었다 깨어난다. 잠이라는 세포의 휴식 시간을 생각하면 인간은 늘 죽음을 연습한다. 그럼에도 죽음이 두려운 것은 소중한 것에 대한 막연한 분리불안 증세다. 인간의 삶도 어쩌면 길게 꾼 꿈같은 시간이다. 오늘 열심히 살면 된다. 내일 부활이 오지 않는다 해도... 세기말 유럽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는 너무도 정직하게 인간의 속마음을 표현했다. 외설로 감옥에 갈 정도로 에로티시즘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도발적인 작품은 동시대 사람..
<새전북신문 연재물> [김스미의 미술산책] 〈11〉 왕희맹의 ‘천리강산도’ 달 뜨고 산이 깊고 물이 푸르다. 틀림없이 빼어난 경치다. 이런 전망을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건 보통 팔자가 아니다.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거나 불가에서는 전생에 쌓은 공덕이 많은 거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뷰(view)에 살고 뷰를 확보하기 위해 돈도 아끼지 않는다. 우주라는 신비한 지구에서 선택적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역사에 점 하나 못 찍는 범부로 살아도 하나뿐인 귀한 존재이니 잘 살다 가는 것이 의무다. 그래서 한순간이라도 사는 것처럼 살고 싶은 로망이다. 그런 속마음을 풍경으로 그린 작품이 있어 보는 즐거움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중국 북송 시대 천재 화가였던 왕희맹(王希孟, 1096-1119)의 청록산수화 ‘천리강산도’를 보소. 세로 51.5cm, 가로는 거의 12미터에 달한다. 이 그림은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