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언덕 너머의 추억, 짙게 드러워진 겨울 밤, 황금빛 태양을 잔뜩 머금은 가을의 탑사 등 오롯이 솟구치는 세월의 파편들을 생각하면 잠시나마 치열하게 살고 있는 오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
지난해 도내에선 회화부문 사상 최초로 미수(米壽)전(3.25-3.31, 전북예술회관 2층 5실)을 가진 원로 하반영화백(89)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올해 세종문화회관의 개인전을 준비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한다.
특히 미수를 지난 고령에도 불구, 곧은 자세와 또렷한 말씨, 강한 눈빛을 그대로 유지하고 동양의 정신세계에 천착하고 있는 등 후배 화가들의 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여러 차례의 수술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전시회를 마련, 원로화가의 치열한 예술혼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
현재 하화백이 갖고 있는 전시회는 28일까지 군산 금강철새 전망대 대 전시실에 마련된 제5회 한일교류 2인전. 일본의 화가 마짜다 도오루와 합동전으로 기획, ‘상생’, ‘쇼윈도’, ‘태양의 득’ 등 이전보다 휠씬 밝아진 색상의 작품으로, 좀더 이미지를 축약한 모습으로 ‘같이피는 미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2005.12.22-2006.1.10, 서울 예일화랑)엔 감각적인 표현성을 억제하고 강한 정신성이 드러나 보이는 ‘무제’, ‘환희’, ‘고금의 역사’ 등으로 원초적인 생성의 의미와, 또 이로 인한 길항관계를 깊이 천착하기도.
오는 3월 13일부터는 군산시청 갤러리, 4월 26일부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각각 개인 작품 발표의 장을 펼칠 계획이란다.
구상화에서 풍경, 인물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볼 수 있을 터이지만, 특히 추상화 작품으로 애호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생성’, ‘착각’, ‘빛’ 시리즈 등 대표작이 바로 그것.
“예술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생명력이 용솟음칩니다.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서양화를 잘 그린다고 해도 서양인들과 맞서기는 어렵습니다. 재질은 물감으로 하되, 그 바탕엔 동양적 사상과 사고의 가치가 살아꿈틀거리는 소재들을 조형화, 지금까지 선보이게 된 진정한 연유입니다.”
우리들의 삶과 자연이 잘 조화된 상태로 근원을 찾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작가는 “예술을 하는 데 나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충고하며, ‘사고가 얼마나 젊어지냐의 여부에 진정한 예술의 혼이 결정된다.’는 신념으로 이제 막, 3월달의 달력에 온통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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