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도청 신청사에서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가 촬영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전라북도 신청사 중회의실과 정무부지사실, 1층 로비와 현관 등에서 남북통일을 다룬 영화 ‘한반도’를 촬영했기 때문.
그 동안 ‘공공의 적’과 ‘실미도’, ‘투캅스’ 등을 통해 관객몰이와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강우석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반도’는 대한제국 시절을 배경으로 차인표와 안성기, 조재현, 문성근과 같은 국내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 국가와 민족을 사이에 둔 갈등과 대립을 속도감 있게 그리게 된다. 지난해말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4일 동안 촬영을 한데 이어 도청 신청사 장면을 찍고 난 후 군산지역을 무대로 1주일간의 촬영 일정에 들어가는 등 전체 분량의 30% 가량을 전북지역에서 제작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영화 ‘한반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오는 2월말 촬영을 마치고 오는 5월 개봉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의 40-50% 가량을 도내 현지 촬영으로 이끌어 냈던 전북도와 전주시, 전주영상위원회 등은 2006년 새해 들어 유명 감독의 작품을 유치하는데 성공, 전북지역이 영상산업 메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4년에 이어 이어 지난해도 전북도내 영화 촬영은 최고를 기록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전북이 가진 무한한 촬영 자원인 자연 경관과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올해까지 이어진 것. 이는 부산영상위원회 장편영화부분 28편(완료25, 촬영중3)보다 훨씬 앞서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로부터 가장 선호되는 촬영지로 부상되고 있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결과인 셈.
2005년 국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을 휩쓴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전국 관객 3백만),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받은 박광현 감독의 ‘웰컴투 동막골’(전국 관객 8백만),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전국 관객 2백50만)가 도내에서 촬영되는 등 지난해 12월 12일 현재 전북지역에서 촬영되었거나 촬영중인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58편으로 전국 촬영의 50%를 넘고 있어 명실공히 영상촬영의 메카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연일 흥행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퓨전 사극 ‘왕의 남자’는 부안 등 전북에서 촬영, 지난 설 연휴를 지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로 사뿐히 올라섰다. 지난달 30일 현재 전국 관객 8백21만 명(397개 스크린)을 동원해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명), ‘실미도’(1108만 명)의 뒤를 잇는 국민 영화의 영예를 안게 됐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역시 도내에서 촬영된 영화.
때문에 전라북도는 지난해 정읍 제2종합촬영소 유치와 섬진강권역 영상관광벨트 조성 사업비 확보에 이어 연초부터 눈길을 끄는 영화가 전북을 배경으로 제작돼 5대 핵심전략사업의 하나인 영상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부안 영상테마파크와 함께 국내 최고의 영상 메카로 부상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상산업 인프라 구축과 문화자원의 산업화를 위해 전주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전주 미디어 파크 조성, 저예산 영화 제작, 영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문화콘텐츠 개발, 캐릭터 상품화 추진 등 15개 사업에 2백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제2종합촬영소 조성, 섬진강권역 영상벨트 조성사업 등은 전북의 문화, 관광, 영상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희망이다.
전라북도가 전북발전연구원의 용역을 토대로 확정한 전북영상산업중장기계획은 2013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8대 중점 추진 과제와 47개 세부 실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필요한 사업비는 국비에서 2천9백56억원, 도비 1천1백48억원, 시군비 7백18억원, 민자 6천2백64억원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는 무선디지털콘텐츠 허브 구축, 전주영상종합촬영소, 체험미래영상파크 조성, 시네마테크설립, 영상문화정보 DB구축, 미디어랩연구소 등 8개 사업을 중점 추진 과제별 주요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특히 전주권에 영상시설과 교육, 연구, 산업이 집중된 50만평 규모의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된 ‘체험 미래영상파크(가칭)’가 영상수도 완성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 오는 2013년까지 3천억원을 들여 동양 최대의 영상파크가 계획대로 완성될 경우, 연간 3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전북지역은 영화제작에 필요한 경쟁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향후 잠재력도 매우 크다.”며 “협조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전라북도를 협조기관으로 명시하고 시사회에 강현욱 전라북도지사 등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숙자 전라북도 문화관광국장은 “지난해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정읍종합촬영소와 섬진강권역 영상관광벨트 타당성 용역비의 경우 각각 1억원과 1억5천만원이,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사업 15억원이 각각 확보됨으로써 바야흐로 전라북도가 영상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도정 핵심 전략 사업의 하나인 영상산업 육성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은 만큼 사업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산업의 힘-전주영상위원회와 한옥마을
1천만명 관객을 내다보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는 전주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궁궐의 촬영 장소로 경북궁 등을 택했지만 문화재청의 거부로 위기에 봉착했다. 이 자체가 제작 포기를 의미했지만 부안영상테마파크의 궁궐세트장은 영화팀에 그야말로 보물 같은 곳이었다. 마침내 지난해 7월 16일 첫 촬영을 시작, 9월 13일 부안에서의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이후 고창읍성으로 옮겨 사냥씬을 촬영하는 것으로 도내에서의 촬영을 마무리한 영화팀은 흥행 돌풍의 원인이 위기를 ‘영화처럼(?)’ 극복한 제작 과정을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전주를 영화의 도시로 띄운 데는 전주영상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전주시가 2001년 설립한 ‘영상위원회’는 현지 답사 등 발품을 팔아 장소 헌팅을 해주고, 숙소, 음식점, 촬영 장소 등을 섭외함은 물론 촬영 현장의 안전표지판 설치, 경찰의 교통 통제 협조, 특수 차량 동원 요청 토털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35편의 영화와 11편의 TV드라마 등 모두 49편의 작품이 촬영된데 이어 올해도 기존 로케이션을 기반으로 새 영화 촬영이 줄을 잇고 있다. 1월말 현재 영화 13편, TV드라마 1편 등 14편이 접수된 상태. 지난 2001년 4편에 불과했던 영화와 드라마는 2002년 17편, 2003년 19편, 2004년 26편 등 매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 등 전북이 영화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그동안 미개발로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이 많은 데다 전주영상위원회의 사전 협의로 교통 및 엑스트라 협조가 수월해 타 지역에 비해 신속하고 완성도 높은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전통과 현대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전주시의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도 영화 촬영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전주시 풍남동과 교동은 한옥이 가장 잘 보존돼 조선시대나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데 안성맞춤이며, 젊은이들이 넘치는 걷고싶은 거리는 첨단 패션 거리를 찍는 데 손색이 없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등 음식 맛이 뛰어나 장시간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제작진들의 입맛 고민을 덜어 준다는 점도 큰 장점의 하나다.
양문희 전주영상위원회 홍보팀장 “최근 전주 주변에서 찍은 영화 작품 수가 국내 전체 제작 편 수의 50%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며 “1950-1960년대 피아골, 선화공주 등의 영화를 만든 전주가 한국 영화 촬영의 메카 ‘충무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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