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년에 탁본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산대첩비가 1백99년만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일본에 의해 황산대첩비의 비문이 파괴된 지 61년만에 전주시민들에게 선을 보이고 있어 더욱 가치를 더하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상설기획전으로 꾸민 ‘깐깐한 전주이야기 전주역사실’의 섹션5 ‘고려시대 훈요십조와 황산대첩’에 황산대첩비(황산대첩비지 사적 제104호,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 탁본 작품이 이같은 가능성을 밝혀주고 있다.
이 황산대첩비 탁본은 종이의 질로 보아 2백 여년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가 비문 좌측에 ‘만력(萬曆) 5년 정축(丁丑) 팔월’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확인, 선조 10년(1577년)에 처음으로 세워진 연대와 일치, 원본을 탁본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더욱이 취재 과정에서 황산대첩비의 걸고리의 뒷면에 ‘황산대첩지비(荒山大捷之碑) 1806년’이란 표식을 확인, 이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동안 황산대첩비 탁본(크기 131cm x 264cm)은 지난 1968년부터 전북대학교 박물관(유물번호 17)에 보관되어 오다가 이번에 전주역사박물관에 대여, 37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되고 있는 것. 이 탁본은 전북대학교 박물관과 자매결연 관계인 중국 타이뻬이 역사박물관(자유중국 국립역사박물관)이 전북대학교에 기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홍성덕 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황산대첩비는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아직 왕이 되기 전에 도순찰사(都巡察使)로 남원시 운봉면 화수리의 황산 일대에서 살육과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섬멸, 훗날 왕명으로 선조 10년(1577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문에는 ‘이성계가 아군보다 10배가 넘는 왜적을 대파함으로써 만세에 평안함을 이루었으며, 이성계의 업적을 기려 이 비를 세운다’는 내용 등이 실려 있다. 호조판서 김귀영(金貴榮)이 왕명으로 비문을 짓고, 여성군(礪城君) 송인(宋寅, 명필 송일중의 7대조)이 글씨를 썼으며, 따로 운봉현감 박광옥(朴光玉)이 구체적인 전투 경과를 기술, 황산대첩사적비를 세웠다는 기록이다.
건립 당시엔 황산대첩비 수호하는 비각, 별장청 같은 건물을 지었는데, 지금도 그 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패망을 눈앞에 둔 조선총독부가 민족혼을 말살시키기 위해 고적(古蹟)을 관할 경찰들이 임의로 철거, 파괴하여도 좋다는 비밀문서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면서 급기야 1944년 9월(이전에는 1945년 1월로 봄) 황산대첩비의 비각과 비를 파괴했다. 조선총독부가 철거 대상으로 지정한 왜적 격멸 기념비는 ‘황산대첩비’를 포함, ‘명량대첩비’, ‘좌수영대첩비’, ‘행주전승비’, ‘타루비’, ‘사명대사석장비’, ‘황산대첩비’, ‘정발전망유지비’, ‘김시민전성각적비’ 등 무려 20여 기.
그나마 1957년 파손된 귀부를 짜맞추고 비교적 온전한 이수는 옛 모습을 되찾았으나, 이미 파손된 비석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에 검은 대리석으로 원형과 똑같은 비를 다시 만들어 세우고, 폭파된 비석 조각들도 한데 모아 일제의 만행을 상기시켜주고 있는데, 황산대첩비 터 안에 있는 파비각(破碑閣)이 바로 그것이다. 파비각의 비석 조각들을 보면 비석을 폭파시키는 것도 모자라 비석 조각의 글씨까지도 읽지 못하도록 긁어놓은 등 일제의 잘못된 역사관을 지금도 목격할 수 있다. 황산대첩비지는 1963년 에 이르러 사적 제104호로 지정됐으며, 황산대첩비는 1972년 신석호가 한글로 글을 지어 새롭게 세웠다.
배첩 작업에 참여한 대한명인(제05-24호) 변경환씨(56, 전주 기린산방 대표)는 “종이 재질로 보아 2백년 안팎의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비문의 걸고리의 뒷면에 ‘황산대첩지비 1806년’이란 글씨를 확인하게 됐다.”며 “족히 문화재급은 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판단, 원 상태로 복원하는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홍성덕 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되고 있는 황산대첩비의 탁본 연대는 좀더 면밀한 연구를 거치면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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