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천5백여 년 백제시대부터 토속산업으로 뿌리를 내려온 익산석재. 멀게는 미륵사지석탑과 왕궁탑으로부터, 가깝게는 국회의사당,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내노라는 당대의 대표적 건축물의 주요 자재로 사용되며 그 명성을 차근차근 구축해왔다. 저가중국산 수입돌의 범람으로 인해 자금난은 물론 자칫 경재력에서 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익산 황등석이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최근 경상북도 봉화군 축서사에 석가모니의 유골인 진신사리 110여과가 한꺼번에 공개돼 불탑에 안치했다. 축서사는 지난 5월 대웅전 마당에 불탑 자리를 마련하고 불교조각가 김광열씨에게 불탑 제작을 의뢰했다. 황등석을 재료로 5층 석탑으로 조성되는 불탑은 오는 11월 축서사에 세워지게 된다.
지금, 무게 53t, 높이 5m를 넘는 국내 최대 석불과 직경 1m 크기의 희 귀한 백두산 홍송(紅松)을 기둥과 들보로 사용한 전통 사찰이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석불의 경우, 익산 인근에서 채취한 원석(1백t 규모) 하나를 깎아 만들어 그 수려한 모습으로 수도권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오는 11월 6일 준공식과 함께 대웅전 본존불 점안식을 거행하는 법륜사는 지난 1995년부터 터닦기 공사를 시작해 다음달 11년여 만에 전체 모습을 드러낸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 경덕왕 때 다보탑(국보 20호)과 석가탑(국보 21호)을 조각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 석공인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를 추모하는 ‘사랑탑’이 건립된다. 경북 경주와 익산지역 석공들은 지난 6월 7일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에서 사랑탑 조각을 시작했다. 높이 6.4m, 폭 12.4m의 사랑탑은 연말쯤 불국사 일주문 앞 ‘동리,목월 문학관’ 광장에 11월중으로 세워질 예정.
사랑탑에 사용될 돌은 옛 백제 땅인 익산의 화강암. 석공들은 탑 건축에 필요한 돌 1백20여t을 경주로 옮겨왔다. 아사달이 백제 땅에서 신라로 온지 1천2백여 년 만에 백제의 돌이 신라 땅으로 온 것. 백제출신 아사달은 불국사 건립 당시 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들기 위해 신라로 건너왔으며,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사달의 부인 아사녀는 완성된 석가탑의 모습이 비칠 것이라던 영지(影池)에서 기다림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석가탑의 다른 이름 무영탑(無影塔)은 바로 여기서 유래됐다.
지난 2004년 12월에는 제9대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월하 스님의 열반 1주년을 맞아 ‘월하스님 열반 1주년 기념 추모법회 및 부도탑 제막식’이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렸다. 월하스님의 사리 50여 과를 봉안한 부도탑은 화강석 중 익산의 황등석으로 결정돼 이날 1주년에 맞춰 조각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현존의 미륵사지 동탑 복원에는 인근 채석장에서 캐낸 황등석(화강암) 2천7백톤이 들어갔고, 모두 2천 여 점의 석재 부재 중에는 백제시대 당시의 기단석과 탑신석 35개가 포함돼 있다.
법륜사를 창건한 상륜스님은 “불사에 사용될 목재 하나, 돌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 다듬고 깎아 법륜사를 세웠다”며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 세에 길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황등석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경주 사랑탑 개석제(開石祭)에 참석한 석공예 명장 권오달씨(63. 익산시)도 “아사달에 이어 옛 백제 땅의 돌이 신라 땅으로 와서 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은 시대를 뛰어 넘어 신라와 백제를 잇는 가교”라고 강조했다. 전민일보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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