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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주성황제신문(全州城隍祭神文)

전주성황제신문(全州城隍祭神文)

'삼가 채소․과일과 맑은 술의 제수로써 성황대왕(城隍大王) 의 영전에 제사지냅니다. 내가 이 고을에 부임하여 나물 끼니도 제 대로 계속하지 못하는데, 어떤 사냥꾼이 사슴 한 마리를 잡아와서
바치기에 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가 ‘이 고을에는 예부터 매월 초하루에 저희들로 하여금 사슴 한 마리와 꿩 토끼를 바쳐 제육(祭 肉)에 충당하게 하고, 그런 뒤에 아리(衙吏)들이 공봉(公俸)을 받아서 주찬(酒饌)을 갖춰 성황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곧 하나의 관례가 되어 왔습니다.’ 하기에, 내가 노하여 매질하면서 꾸짖기를 ‘네가 어찌 나에게 알려 허락도 받지 않고 이런 짓을 하느냐? 
무릇 제 고을의 선물 꾸러미나 청탁 고기를 거절하지 않고, 산의 살찐 노루나 매끈한 토끼와 곰 발바닥 코끼리 발가락과 바다의 상어․숭 어․메기․잉어와 새벽 비둘기, 야생 고니 등 맛난 음식을 불러들여 수두룩 앞에 쌓는 자들이야 차마 그 진미를 홀로 다 먹을 수 없어서 대왕에게 바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어찌 나물 끼니로 가난하게 지내는 나로서 달마다 생물을 죽여 귀신을 살찌게 하기 위해 내 자신의 죄를 더하겠는가? 그리고 귀신도 정직한 귀신이라면 나에게 이런 것을 바라지 않으리라.’ 하고는, 곧 아리(衙吏)들에게 훈계하 여 이제부터는 다시 고기를 쓰지 않기로 하고 채소․과일과 주찬 따위의 진설은 알아 하게끔 맡겼다오. 나의 약속이 이러하니, 대왕 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겠으나, 바라건대 너그럽게 나를 완악하 여 옛 관례를 따르지 않는다 하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