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1912~1996)의 시입니다. 국수라는 제목을 모른다면 두부를 묘사한 것이라 해도 될 듯합니다.
옛날 두부장수는 종을 치거나 나팔을 불어 손님을 불렀습니다. 댕그렁거리는 그 청동 종소리는 묵직하고 여운이 길었습니다. 골목이 있던 시절의 삽화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골목 없는 빌딩에 삽니다. 아파트 빌딩 사이를 누가 골목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골목은 삶의 실핏줄 같아서 그 혈관에 두부장수도 생선장수도 출입했습니다. 두부장수는 새벽에 다녀가니, 때를 놓치면 가게에서 샀습니다.
얼음같은 찬물에 쟁여진 판두부에, 주문에 따라 칼로 반듯하게 잘라 한 모를 길어내던 왕년의 구멍가게, 연쇄점 아저씨의 손길을 나는 목도하였고 그 두부반찬으로 뼈와 내장을 일구어 자랐습니다. 다 꿈 같은 기억입니다.
전라도에서는 물과 콩이 좋기로 소문나서 두부가 좋았습니다. 지금도 콩 생산 1등은 전라도입니다. 왕년에 전주(화심) 두부가 유명했습니다.
원조화심순두부의 유래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권영선 전 대표는 당시 방앗간을 운영하며 ‘화심집’이라는 이름으로 운장산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생두부와 찌개를 끓여 팔았습니다.
70여년 전, 완주군의 한 방앗간에는 늘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그 시절,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작물이자 지역 특산물이었던 콩 재배와 방앗간을 운영하던 ‘원조 화심 두부’ 대표 권영선 할머니는 시집오자마자 두부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는 그때만 해도 전주에서 진안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었습니다.
길이 매우 험난하여 이곳을 지나가던 모든 사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대로변에서 불을 밝히던 한 방앗간에 들러 젊은 새댁이 내어 주던 두부를 얻어먹고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습니다.
입소문은 금세 퍼져 타지 사람들이 제집 드나들 듯 찾아올 정도여서 동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렇듯 처음에는 이웃과의 나눔과 베풂을 위해 처음 내건 간판 이름이 바로 ‘화심집’입니다.
화심순두부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화심집’을 찾는 많은 사람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를 원하여 할머니는 식사가 가능한 양념 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윽고 순두부찌개가 탄생합니다.
이후 특유의 맛과 권여사의 인심이 널리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창업주 권영선 여사의 딸인 오성주대표가 이어받아 손맛을 지키고 있습니다.
화심순두부의 원조 권영선 할머니의 화심두부(대표이사 최선호)가 준비해 온 6차산업 모델 두부체험학교를 공식 개교,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화심순두부 명성을 이끌며 완주의 콩농사와 두부 음식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전국에 알린 ㈜화심두부가 대중이 두부와 음식을 직접 제조 체험할 수 있는 ‘두부 만들기 체험공방 및 음식공방’인 ‘화심두부 체험학교’를 설립, 공식 개교한 것.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원해월길 16번지 8500㎡의 부지에 건평 1000㎡ 규모로 자리잡은 ‘화심두부 체험학교’는 두부만들기 체험공방과 순두부찌개 등 음식을 만드는 음식공방으로 운영됩니다.
그 뒤 1983년 현 '화심순두부 본점' 자리에 두부공장을 세운 김용겸 씨가 공장을 음식점으로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일반음식업으로 정식 등록한 뒤 본격적으로 순두부찌개 백반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사 식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마을은 어느덧 두부촌을 이루고 완주의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어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화심순두부가 유명해진 데는 화심리의 지리적 위치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꽃의 중심을 뜻하는 화심은 전주에서 진안 방면을 가기 위해 넘어야하는 꼬불꼬불한 긴 고개의 길목에 있어서, 관광객을 태운 버스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승용차 등을 한 번 쯤 멈추게 하는 곳입니다.
또한 이 곳은 80~90년대 전주지역 대학생들의 나들이 코스로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시내버스로 쉽게 이동해 인근 산을 다녀오거나 초등학교에서 체육행사를 하고 개천에서 물장난을 한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한 모를 겉절이에 싸서 막걸리 한 잔과 곁들이면 피로가 싹 가셨습니다. 당시만해도 겉절이는 '무한 리필'이었는데 이는 화심순두부에 대한 푸짐한 인상을 심어줘, 손님을 끄는 장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화심순두부는 완주 8미(味) 중 하나입니다. 두부가 특별한 맛을 가진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널리 알려져 있듯이 두부는 건강에 좋다. 특히 든든하게 먹어도 소화가 잘 되며 해독 작용도 하기에 웰빙식품입니다.
화심순두부는 이러한 영양적인 요소 외에 그 맛이 부들부들하면서도 콩의 몽글몽글함이 느껴지고 고소하며, 음식점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찌개의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화심순두부는 특유의 맛과 주인들의 정성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심두부는 가공식품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화심 즉석 바지락 순두부찌개’ 등 5종의 가공식품을 출시, 서울 등 전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켓컬리와 오아시스, 쿠팡 등을 통해 수십억 원대 매출을 구현하는 등 두부를 주제로 한 대표 식품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화심순두부를 제조하는 데에는 열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 한판이 되는 양의 생콩을 저울질합니다. 둘째로 저울질한 생콩을 찬물에 깊이 담가 불립니다. 셋째, 불린 콩을 부수어 갈기 전에 맷돌의 손잡이를 이용하여 상, 하부 맷돌의 마찰 부위 유격을 조절합니다. 넷째, 불린 콩을 부어 부수어 갈고 다섯째, 두유와 비지로 나뉘면 두유는 가마솥에 받아서 끓입니다. 여섯째, 가마솥에서 다 끓은 두유는 솥의 뚜껑을 덮어 뜸을 들여 숙성합니다. 일곱째, 뜸 들인 두유를 체에 걸러 용기에 받아냅니다. 여덟째, 저울에 간수와 소금 그리고 물을 희석하여 숙성된 두유에 응고제를 첨가합니다. 아홉째, 간수를 탄 두유는 응고가 되어 순두부가 형성됩니다. 열 번째로 응고된 순두부를 성형틀에 퍼 올리며, 열한 번째로 성형틀에 퍼 올린 순두부를 압축합니다. 마지막 열두 번째 단계에서 퍼 올린 순두부가 완전히 압축되면 두부가 형성됩니다.
화심순두부는 원조화심순두부집을 비롯, 전라북도 완주군 내 두부촌을 이루고 50년 동안 완주군 내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만을 엄선하여 사용해왔습니다. 지역 음식문화의 발전을 위해 꾸준하게 메뉴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긴 세월 사랑받고 있습니다. 완주군 내 두부촌에서 화심두부를 이용한 주력 상품으로는 화심순두부찌개, 두부 전골, 두부 돈가스, 두부 완자, 두부 빈대떡 등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찬바람이 겨울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 겨울의 불꽃, 가장 뜨거운 지점으로 도달하려는 수많은 시선. 거뭇한 하늘에 밝은 눈이 울려 퍼집니다. 들여다볼 줄 아는 사려 깊은 눈앞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존재를 드러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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