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품이 된 임실 은어와 복숭아 이야기
임실군 덕치면 물우리(勿憂里)는 백양, 물우, 장산 일부를 합하여 부른 이름이다.
경재(敬齋) 홍붕(洪鵬, 1539~1597) 선생의 별장이 '물우정(勿憂亭)'이다.
조선때 원주목사를 끝으로 향리에 자리잡은 그가 쓴 '오천기(烏川記)'에는 물우정에 유래에 대해 기술하기를 “장강의 맑은물 굽이친 언덕에 맑은 하늘에 비추어 만년에 이것을 즐기니라'고 나온다.
여기에서 따와 노년에 아름다운 정자를 갈담에 짓고 이름을 물우정이라 명명했다고 전한다. '물우(勿憂)'라는 의미도 처음으로 소개된다.
'술통을 열어 모래 언덕에 가서, 생선을 굽고 회를 떠서 밝은 달이 떠오르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면 오천의 위아래 산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아서 옷소매 안에 두겠으니 무슨 즐거움으로 이것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단연 압권이다.
다음은 '오천기'를 '국역 운수지 을묘본(임실군)'의 설명에 힘입어 전체를 소개한다.
진상품이 된 임실 은어가 처음 등장하며, 한응방이 복숭아를 심어 도연명을 흠모했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물우정은 덕재면 물우리 앞 장강(長江)을 가로지르는 곳에 있다.
경전(經傳)에 이르기를,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무릇 산수(山水)는 현자(賢者)가 즐긴다. 그 중에 아름답고 빼어난 곳이 있어도 멀리 있으면 가서 구할 수가 없고 가까이 있더라도 아우를 수는 없다.
그런데 오수(烏水: 오친의 물)가 우리 경내로 흘러와 고을 사람들이 경치를 즐길 수 있으니 자랑할 만하다.
오수는 본래 진안 땅에서 나와 임실, 순창, 곡성, 구례, 순천부를 경유하여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임실 경내에 흐르는 곳에 대해 말하자면 진안 중대산(中臺山)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흘러 마이산을 거치며 남쪽으로 마령천이 됐으며, 임실 경내에 이르러 *오천(烏川)이 된다. 오원역이 그 옆에 있어서 이름을 지었다.
그 아래쪽에 건너는 곳이 있는데 이것이 전주와 남원을 두 곳을 연결하는 길이다. 물이 깊으면 배로 건너고, 물이 얕으면 다리로 건넌다.
봄부터 여름까지 물이 넘치면 '은어(銀魚)가 거슬로 올라와서 우리 고장 특산물로 진상하는 물품이 됐다.
이밖에도 황어(黃魚), 눌어(訥魚), 잉어 등이 떼지어노니, 얼마나 되는 지 알 수가 없다. 마항평(馬項坪)에 이르러 농민들이 제방을 쌓아 물을 이끌어 논에 관개하여 토질은 기름지고 벼는 아름답고 튼실하다.
*학록(學錄) 정설(鄭渫)이 오원 위에 누정을 지어 경치를 감상하면서 전별(錢別)하는 곳으로 삼았다. 지세는 편편하고 넓어 오는 손님이나 가는 손님들이 올라서 잠시 쓰는 것이다. 양산촌(羊山村)의 남쪽 물가에 바위가 솟아 있는데 인덕정(仁德亭)이라 한다.
고을사람 *박수해(朴壽海)의 처소가 그 옆에 있는데 피서를 즐기거나 고기를 낚던 곳이다. 지금은 사람이 죽어서 석대(石臺)만 외로이 서 있을 뿐이다.
그 아래에 동생 대성(大成: 홍정의 字)이 부굴사(俯窟寺) 앞의 못 위에 지은 것이 관어정(觀魚亭)이다. 물고기가 못에서 헤엄치는 것을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이다. 멀리 수룡이 바위를 희롱하는 것 같으며 병풍같은 바위가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바람 소리가 난다. 백세토록 거만해도 괜찮은 곳이다.
또 북쪽으로 흘러 풍담(風潭)을 만드는데 진사(進) 신응회(申應會)가 그 봉우리 위에 정자를 세워 아름답게 단청을 하고는 그 정자를 고석(孤石)이라 했다. 천 자쯤 되는 외로운 바위와 우뚝 솟은 소나무가 고석정 옆에 서 있다.
진사의 형 감사(監司) 군망(君望: *신응시)의 시(詩)가 있고, 진사의 벗들도시를 지어 남겼다.
두루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지는 평화로운 땅이다. 매우 높아서 시원한 곳이다. 새벽구름이 피어오르면 마을은 마치 섬 위에 있는 것 같다. 잠자던 새가 놀라면 밤에도 소리가 구석(九席) 아래에서 울리고, 뾰족한 산봉우리는 공지(控支)와 같은데 티끌조차 생기지 않음 것 같아서 절경이라 할 만하다.
또 북쪽으로 흘러가면 입석리(立石里) 용담(龍潭)이 있어서 이름을 상운암과 하운암이라고 하였는데 물가에 기압과 짐이 많기에 그렇게 불렀다.
우거진 숲과 들판 사이를 지나면 산계곡의 승경이 들로 이어지는데 하운암(下雲巖)에 이르러 물줄기는 남쪽으로 흘렀다가 잠시 북쪽으로 꺾어지면서 산을 빙 돌아 마치 휠이나 반달처럼굽이 흐른다.
맑게 흐르는 물이 급류가 되면서 서로 부딪히 흐르는 모습이 진실로 기이한 신경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워낙 궁벽한 곳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태산(泰山) 사람 전호의(全好義)가 여기에 우거(寓居)하며 바위 위에 있는 정자에서 청담(淸潭)을 굽이 보았다. 올라와 감상하는 사람들이 월담정(月潭亭)을 읊은 시가 있다.
다시 남쪽으로 흘러내려 갈천(葛川)이 되는데 갈담역(葛覃驛)이 그 옆에 있다. 생원 박계호(朴季豪)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칠우당(七友堂)을 짓고 강산풍월금(江山風月琴)으로 시를 짓고 숨을 벗삼았는데 그 중에는 당대 명현(名賢)의 시도 있다.
그 후에 박계호의 서손(庶孫) 박견천(朴堅千)이 다시 개축하고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 아래에 오담(烏潭)은 충의 한응빙(韓應聘)의 정자이다.
정자 위로 물가에 비치는 달빛이 휘감아 돌고 달그림자가 서쪽 창을 비추면, 시원한 기운은 정신을 맑게 하고 뼈까지 시리게 할 정도이다.
또, 한응빙은 복숭이를 심는 것을 좋아하여 봄에 꽃이 만발하고 붉은 아지랑이에 꽃이 아롱거려 마치 도원(桃源)경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오담(烏潭)은 장담(長潭)에 이어지는데 밀리 회문산 아래에서 휘돌아 흐르며 십리를 펼쳐진 천변 흰 모래가 띠처럼 펼쳐져 있다. 그 풍경이 황홀하기 비길 데가 없다.
마치 소동파(蘇東坡)가 읊은 '강은 평평하고 신이 열리어 숲 기슭이 끊어진 곳에(川平山開林麓斷) 작은 다리와 야점(野店)이 산 앞을 의지했네(小橋野店依山前)'와 같은 형상이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아끼던 명수(明秀)였다. 늙어서 내려와 화전(貨田)에 복거(卜居)하며 집을 짓고 밭두둑을 따라 정자를 지어 이름을 '물우(勿憂)'라고 했다. 어느 시인의 '길게 흐르는 맑고 얕은 물 굽이치는 언덕에 드리운 그림자 비 개인 봉우리 해질 무렵 빛나네'라는 구절이 있다. 주인이 때때로 내려가 낚시 드리우고 한가로이 베에 올라 소요하며 유영(遊泳)하니 때마침 술통을 열어 모래 언덕에 가서, 생선을 굽고 회를 떠서 밝은 달이 떠오르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면 오천의 위아래 산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아서 옷소매 안에 두겠으니 무슨 즐거움으로 이것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천은 아래로 흐르며 점점 폭이 넓어지면서 강이 된다. 적성(赤城, 순창)으로 건너는 물머리에는 있는 백암(白岩)은 마치 하얀 구름과 연기가 높이 솟아 있는 것 같아서 진짜로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 경내가 아니기 때문에 다 기록하지 않는다.
*오원천(烏原川)은 오천(梧川), 오천(烏川)이라고도 불린다.섬진강의 임실군 관촌면 일대를 흐르는 물을 말하며 임실천을 합수하여 신평천이 된다.
*은어는 은구어(銀口魚)라고도 하며, 바다빙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이다. 몸길이는 15cm 가량 자란다. 등은 회갈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다.
등지느러미는 1개이며 기름지느러미가 있다. 산란기에 수컷은 검은색이 진해지고 아가미 아래는 붉은색의 무늬가 선명해진다고 한다. 조선시대 임실현의 진상품에 속했다.
*정설(鄭渫, 1547~?)은 자가 원결(元潔), 본관은 광주이고 아버지는 정인관(鄭仁寬)이다. 1547년에 태어나 1576년에 문과에 급제했고, 급제 당시 거주지는 남원이었다.
*박수해는 박평의 손자이자 박현몽의 아들이다.
*신응시(時應時, 1532~1585)는 본관은 영월(越). 자는 군망(君望), 호는 백록(白)이다. 신석(辛奭)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신윤형(辛尹衡)이고, 아버지는 부사 신보상(申輔商)이며, 어머니는 민거(閔琚)의 딸이다. 백인걸(白仁傑)의 문하에서 배웠다. 신응회의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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