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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콘소메와 로스트비프, 디저트는 샤벳 또는 아이스크림

콘소메와 로스트비프, 디저트는 샤벳 또는 아이스크림

박현수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식민지의 식탁’ 270쪽), 1936년 조선호텔 코스 요리는 이랬다. 먼저 콘소메와 레터스 샐러드가 에피타이저로 나오고, 메인으로 오리 간 구이와 로스트비프가 나왔다. 디저트로는 자몽 소르베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제공했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훌륭한 정찬(正餐)이다. 1932년 호텔 선전 팸플릿을 보면, 아침식사는 일본식이 1원50전, 서양식이 1원75전, 점심은 2원50전, 저녁은 3원이었다. 모두 코스 요리다. 1년전 ‘불사조’에 비해 아침과 점심 식사가 약간 올랐다. 양식 호텔이지만 일본식 아침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었다. 홍차나 커피는 40전씩 받았다. 당시 다방, 카페의 홍차, 커피 값이 보통 10전이었으니 네 배 정도 비싼 값이었다. 토스트나 쿠키를 곁들여 내놓았다고 한다.

냅킨 무릎에 덮고, 빵에 버터 발라…

조선호텔 식당 풍경을 알려주는 작품이 또있다. 김말봉(1901~1961)이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찔레꽃’이다. 생계를 위해 은행장(두취)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 정순이 주인공이다. 상류층 가정에서 생활하다 보니 미쓰코시 백화점이나 조선호텔 식당이 등장한다. 당시 사람들이 선망하던 장소였기에 적극적으로 작품속에 끌어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정순과 그의 애인 민수, 가정 교사로 있는 집 딸 경애와 경구 남매가 함께 조선호텔 식당에서 저녁 식사하는 장면이다. 원구단이 있는 후원 테이블에서 대기하다 호텔 직원 안내를 받아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던 모양이다.

“뽀이가 와서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리고 네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를 보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 민수씨가….’ 나푸킨을 무릎위에 올려놓는 정순의 손가락은 테-불 아래서 질서없이 떨리고…민수는 빵을 뚝 떼어 빠다를 바르면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두 사람을 경구과 정순을 결혼을 시킨다? 정순이가 경구에게로 갈까?갈까?아니 아니’”( ‘찔레꽃’83회, 조선일보 1937년7월21일) 무릎에 냅킨을 깔고, 빵에 버터를 바르는 양식 정찬의 일부가 소개된다.

월급쟁이에겐 ‘넘사벽’

조선호텔 양식당은 화신백화점은 물론 당시 경성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다는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4층 식당의 ‘난찌’(점심)보다도 한 수위였다. 채만식(1902~1950)이 1938년 월간지 ‘조광’에 연재한 ‘태평천하’엔 기생 춘심이 윤직원 영감에게 미쓰코시 백화점에 가서 ‘난찌’를 먹자고 조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 미쓰코시 백화점의 ‘난찌’는 1원50전짜리 양식 세트였다. 1930년대 조선인 박흥식이 운영한 백화점은 양식도 팔았지만 70전짜리 한식 정식세트도 인기가 높아 월급쟁이 가장도 가족을 위해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호텔 식당은 20~30원 받는 월급쟁이들은 넘보기 어려운 ‘넘사벽’이었다. 객실과 조식, 수영장을 묶은 ‘호캉스’ 이용기가 소셜미디어마다 넘쳐나는 요즘 세태로 보면, 참 고릿적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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