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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비가 와도 어반스케치 해요'[어반스케치에 가보니]‘ 화욜 어반스케치' 9일 전주 하얀양옥집서 개최

'비가 와도 어반스케치 해요'
[어반스케치에 가보니]‘ 화욜 어반스케치' 9일 전주 하얀양옥집서 개최

9일 오전 9시 무렵 전주 한옥마을 하얀양옥집.

우산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김경이. 김인애. 김숙경. 백금자. 전용훈. 황현호. 송은섭. 이진순. 이정희. 유남진. 정인수. 김연우 등 12명의 화가가 참여한 가운데 '화욜 어반스케치'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장마로 인해 실내에서 어반스케치(Urban sketch)’를 하고 있었다.

"모르고 갔던 마을 골목길 언덕은 완산 꽃동산 가는 길이었다.마을은 정비사업을 하느냐고 분주했다. 담장의 벽에 연두색을 칠하고 있었는데 색이 주는 밝음이 기분을 환하게 하였고,스케치를 한참하고 있는데 지나는 사람이 인사를 한다. 미협 회원이고 어릴적 살던 곳이었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집이 비어 청소하려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한참 시간이 지나고 다른 선생님이 인사를 한다. 좀전의 선생님 옆집 살고 있다고...오호~~? 동네 언덕이 더욱 정감 있는 곳이 된다. 그저 이쁘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정인수 전주미술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완산 꽃동산가는 길'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라져 가는 옛 동네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화가들이 있다. 고향 전북을 그리워하는 작가들의 묵향 가득한 글과 그림들이 관람객과 만나고도 있다. 모정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낮은 처마가 드리워진 동네의 어귀에 가 닿는다. 무심한 듯 슥슥 그어나가는 선들이 차곡차곡 노트 위에 쌓여나가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가 완성된다.

전주미술협회 회원들로 2002년 5월 첫 모임을 한 이래 벌써 3년 차를 맞았다. 우선 화요일 오전에 모여 스케치하고 헤어지는 규칙을 정했다. 비가 오면 동네 정자에서, 또는 우산을 쓰고 스케치를 했다. 단 한 사람이 참석해도 반드시 ‘어반 스케치’를 진행했다.

2022년 구륙일을 필두로, 남원아트센터,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 전북페스타 등 4회의 초대전을 가졌다. 9월에 열리는 송천동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 근교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속의 풍경을 너무 놓치고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살았던, 걸었던 어떤 길의 모습들을 자취로, 기억으로 남겨 두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백금자 회원의 말이다.

세월의 흐름과 개발에 밀려 차츰 사라져 가는 전주의 옛 동네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가들. 이들에게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행복한 행위를 놓을 수가 없었고 이야기가 있는 스케치가 소명인 듯, 끄적대는 일이 일상이 되었으며 숨쉬는 현장의 흐름을 기록한다는 행복감이 멈출 수 없는 그림일기가 되어 버렸다.

황현호 회원은 "전주 한옥마을 전북도지사 옛 관사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지난 5월 4일 처음으로 새로운 모습을 공개했다. 1971년에 지어진 옛 도지사 관사는 올해로 53년이 된 이층 양옥집으로, 당시 ‘하얀집’으로 불렸다. 새이름 ‘하얀양옥집(하양집)’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 정식 개관, ‘들턱전’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등 잇따라 전시를 갖고 있다. 앞으로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하루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신경을 더욱 써 스케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는 도시의 경관이나 거리, 건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화되어 '빨리 그리는 그림'으로 뜻이 바뀌었다. 바로 이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어반스케쳐'라고 부른다. ‘어반 스케치’를 잘 그리려면 두 가지가 붙어야 한다. '빨리'를 포함, '잘'그려야 한다. 혹여 야외시간이 되지 않아서 사진을 보고 그릴 때는 최대한 큰 사진을 보고 그려야 한다.

시간의 더께를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집과 골목, 낡은 담장 아래 드리운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 작가의 캔버스에서 다시 태어난다. 시나브로,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감성과 순간의 인상이 어우러지며 낡고 오래된 것들에 예술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때론 강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물줄기와 울긋불긋 여름 옷을 입은 치명자의 너른 품 등 고향의 사계를 추억하는 작가들의 그리움이 화폭에 오롯이 담긴다.

정회장은 "'어반스케치'는 연필과 펜, 여행용 물감, 휴대용 붓과 같은 재료를 활용해 일상 곳곳의 풍경을 간결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스케치의 한 기법으로, 최근 MZ 세대를 비롯해 전세대를 아우르는 취미활동으로 각광 받고 있다"면서 "'어반스케치'라는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관광객 유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이종근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8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