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남자친구’에는 쿠바 아바나가 배경으로 나온다. 쿠바 아바나는 꿈을 현실로 전환시키는 낭만의 땅이다. 아바나의 구도심인 아바나 비에하에는 룸바 선율이 흐르고, 추억의 올드카가 오가며, 스페인풍의 돌길이 이어진다.
아바나의 호세마르띠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내린다. 긴장이 무색하게 입국심사대의 질문은 간단하다. 쿠바에 온 이유도 며칠간 있을 것이라는 질문도 없다. 짐 찾는 곳은 재래시장에 들어선 듯 어수선하다. 쿠바 여인의 가는 손가락에는 이미 담배가 들려 있다. 시가의 고장이라 흡연에 대해서 관대한 것인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아담한 모습의 이 공항을 스케치해본다.
최인수가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서 11회 개인전을 갖는다. ‘쿠바를 그리다’를 주제로 한 자리다. 2011년과 2019년 쿠바를 방문, 수채화 16점, 펜화 61점 등 77점을 전시한다.
작가가 본 쿠바 아바나 여행은 구도심 문화지구인 아바나 비에하에서 더욱 강렬하다. 쿠바의 역사와 문화, 드라마속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달그락거리는 돌길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햇살은 선명하고, 배회하는 이방인들의 피부 색깔은 다채롭다. 아바나 비에하의 대성당 광장에 서면 한때 혁명이 숨쉬던 고장의 거친 호흡은 낭만의 장면 속에 잠시 숨을 고른다.
작가는 시엔프에고스성당과 종탑을 그렸다.‘8인 의대생 추모비(Monument to the Eight Medical Students, 22.0×33.4㎝, pen and ink on paper, 2023)’도 그렸다. 1871년 스페인 식민지 통치시절에 조작된 죄목으로 억울하게 총살당한 여덟 명의 의대생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추모관, 두려움 속에서 체념한 듯한 천사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펴지 못한 날개를 가뜩이나 더욱 움츠리며 고개를 숙인 채 두 팔로 가슴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희생 이후 쿠바 독립운동은 더욱 격렬해지게 된다.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Havana).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속 배경지로 등장하며, 인기 급상승 중인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강렬한 카리브 해의 햇살부터 골목 어디에서나 흐르는 봉고, 반도네온과 기타의 선율까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도시다. 아바나 최고의 관광명소이자, 선셋스팟으로 유명한 말레콘 비치(Malecon Beach)는 모 드라마에서 남녀가 만나는 첫 만남의 장소로 나오기도 했던 그곳으로, 잔잔하게 파도치는 해변 뒷편으로 서서히 붉게 물드는 석양은 환상적이다. 센트럴아바나와 올드아바나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중앙공원(Parque Central)를 지나,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아보면 재미가 있는 올드 아바나. 곳곳에 세워져 있는 올드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며, 오랜 세월을 지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되는 그런 곳이다.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항해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레알푸레르사 성(Castillo De La Real Fuerza De la Havana), 콜럼버스의 유해가 100년 이상 안치되어 있었으며,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알려진 아바나 대성당과 전망 좋은 종탑,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건물들로 예쁜 비에하광장(Plaza Vieja) 등 도보로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이들을 작품에 담았다.
쿠바 어디에서든 체게바라를 쉽게 만날수 있다.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열정을 바친 그의 모습은 쿠바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어 영원한 혁명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검은 베레모와 길게 기른 머리칼, 덥수룩한 콧수염, 오뚝한 콧날에 강렬한 눈빛…. 피델 카스트로의 전속 사진작가였던 알베르토 코르다가 쿠바 혁명광장에서 우연히 찍은 이 사진은 체 게바라(Che Guevara)의 이미지를 나타나는 대표 사진이다. 체 게바라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보았을 만큼 유명한 이 사진은 코르다가 저작권 없이 무료로 배포해 지금도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쿠바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에서든 체 게바라를 만날 수 있다.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아바나의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만물상 노점에서도, 골목 담벼락에서도, 기념품 가게에서도 체 게바라는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쿠바 사람들이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가 서른 아홉에 세상을 떠난 체 게바라를 영웅으로 떠받들며 지금까지 그리워하고 있다.
헤밍웨이와 같이 체 게바라의 고향은 쿠바가 아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부유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의과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는 친구(알베르토 그라나다)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하던 중 라틴아메리카의 가난과 고통을 체험하게 되었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이후 1956년 멕시코에서 망명 중이던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 반정부 혁명군에 들어간다. 혁명이 성공하며 쿠바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된 체 게바라는 국립은행 총재, 산업부 장관 등 쿠바의 핵심 지도층이 된다. 쿠바혁명 6년 후, 그는 집권자 카스트로에 다음가는 지위를 가졌음에도 콩고, 볼리비아 등의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쿠바를 떠난다. 그리고 1967년 볼리비아에서 정부군에 체포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나이 39살, 젊은 나이에 불꽃같은 생을 마감한다.
쿠바 곳곳에 체 게바라의 흔적들이 남아 있지만 공식적으로 체 게바라의 기념관이 있는 곳은 쿠바 중부의 작은 도시 산타클라라(Santa Clara)이다. 이외에 아바나의 혁명광장, 혁명박물관을 돌아보거나 그가 살았던 아바나 카사블랑카의 집을 찾아가보는 게 일반적인 체 게바라 루트이다. 쿠바혁명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바 망명 세력이 다시 쿠바를 공격했던 피그만(The Bay of Pigs, La bahia de Cochinos)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쿠바 중남부인 그곳 해변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게바라의 집, 기념관, 초상 등을 작품에 담았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체게바라)' 꿈이 있으면 누구나 별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별이 될 수는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작가는 “오래 전에 다녀왔던 여행일기를 이제야 그림으로 다시 써본다. 게으른 몸을 자책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많이 부족하지만 찾아주시면 영광이겠다”고 했다.
작가는 다음달 13일부터 18일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이어간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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