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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임대준, 기획 초대전 ‘묵상- 山’

임대준이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갤러리 숨에서 기획 초대전 ‘묵상- 山’을 갖는다.
지난 3월 갤러리 숨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그 동안의 전시기획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 주었던 ‘PLATFORM’에 참여했던 47명의 작가 가운데 15명이 다시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 ‘PLATFORM AGAIN’이란 기획 아래 릴레이(relay) 개인전을 펼치며 그들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PLATFORM’은 서로 다른 개성의 작가들이 숨이라는 플랫폼에서 서로 소통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또 다른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이다.
수묵은 물과 먹의 운용으로 수없이 많은 표현 방법과 먹색의 조화 등으로 우리의 사상과 정서를 표현하는데 알맞은 재료로 인식되어 왔다. 수목의 본질은 생략과 강조 함축과 은유 등의 상징성이 강한 직관을 요지로 하고 있다. 수묵은 먹과 물을 얼마만큼 사용하는 가에 따라서 공간과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한지에서 스밈과 번짐으로 인한 작용을 적절히 제어 하면서 그림의 의도와 우연적인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러기에 먹은 추상성이 강한 재료이며 현대회화로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먹이 지니는 풍부한 느낌들은 자유의 매체로서 주관적 내면세계, 즉 사의성을 표현하기에 적당하다. 한지에 먹을 바르고 다른 한지로 찍어내어 산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내재적 직관의 관심을 둔 작업이다.
작가의 작품엔 화면 가득 검정 수묵이 보인다. 먹물의 농담을 섬세하게 화면 가득 채워 단색의 화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수십 차례 반복하여 바르고 다시 덮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반복적인 사라짐의 행위를 통해 생성과 소멸이라는 본질적인 성찰의 과정을 보여준다. 오랜 작업 주제인 자연과 인간의 생성과 소멸은 즉흥적이지만 절제되어 있는 필치를 통해 그 대상의 본질과 생명력을 담는다. 조화 속에서 자연과 삶, 그리고 우주에 대한 존재와 본질의 언어만이 화면에 남게 된다.
작가의 오랜 창작활동을 집약하듯, 채우는 과정이 곧 비워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곳에서 생성과 소멸을 경험하게 된다.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지구와 계절의 변화, 동식물들의 번식, 죽음, 그리고 빛으로 세상을 채우고 어둠으로 비워내듯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진리를 깨닫는다. 그것은 곧 존재하는 것 들의 삶과 세상의 근본적인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흥적으로 먹이 종이에 닿으면서 여러 가지 표현이 나타나 지는데 이를 묵연(墨象)이라 할 수 있다. 묵상의 세계는 계획된 그림보다 훨씬 자유스러운 입장에서 시작되는 그림이라 할 수 있으며 이때 펼쳐지는 상상력의 구현이야말로 진정한 수묵의 요건이리라. 그렇게 이번 '산 시리즈'는 대상을 최소한의 형태로 단순화하고, 수묵 특유의 미적 요소에 다가서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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