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문인화가 송민호, 때론 힘 있게, 때론 여리게 그어낸 획들이 작은 위로와 여유를 건네다
서백 송민호 선면화 부채전이 2일부터 14일까지 전주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열린다.
문화관이 전주에서 활동하는 타 장르의 예술가들과 부채를 매개로 한 예술 창작 교류를 위해 ‘송민호 선면화 부채’ 초대전을 갖는다.
부채 위에 그린 그림 '선면화(扇面畵)'는 압축된 시적 표현이 부채라는 제한된 지면 속에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도 그림의 독특한 문법이 있고, 부채살의 저항을 받으며, 그어진 선과 색의 특이한 아름다움이 있다.
작가는 문인화로 산과 소나무, 주러리주러리 열린 감나무 등 누가 봐도 편안한 풍경을 공간의 여백을 살려 표현했다. 선면하는 소재론 설경(雪景)이나 우경(雨景), 혹은 파초나 연잎 같은 것이 제격이라 하고, 특징으론 그 기법과 자세에 있다고 말한다. 곰살스럽게 그린 사실화보다는 느슨한 기분이나 활달한 필세로 툭툭 친 선화(禪畵)적인 세계를 높이 쳤으며, 거기에 속기(俗氣)가 없으면서도 낭만적인 시정(詩情)이 넘친다면 금상첨화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시엔 매화, 국화, 소나무, 대나무, 홍시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런 그림들을 한가로이 보고 있노라면 먼 산마루에서 선선한 솔바람이라도 불어 오는 듯 한결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동양화 자체가 그럴 테지만 작가의 선면화는 특히 여백이 강조된다. 꽉 차게 채우기보다는 허허(虛虛)롭게 비우기를 원한다. 촘촘하게 채운 선면에서는 소쇄한 기분을 맛보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국화의 매혹', '홍매의 유혹', '죽죽(竹竹)이어라', '설레임', '감 삼형제', '매화는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건만', '한국인의 자존심' 등 공들여 붙인 부제는 전시의 특징이 더욱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반듯한 당신'과 '스승의 그림자'는 전라북도 문화재 선자장 방화선의 작품과 콜라보로 제작, 조금은 꽉 찬 느낌이 들지만 찬찬히 보면 전체적인 포치가 좋은 가운데 그림, 화제가 잘 조화를 이룬다.
'설레임'은 홍매, '불기심란(不欺心蘭)'은 논어 가운데 '날씨가 추워진 다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의미의 난초가 등장하며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죽죽(竹竹)이어라'는 반듯한 성격을 가진 당신을 닮은 가운데 여백의 미가 절정을 달린다.
전시 기간 중 작가는 부채를 갖고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무료로 문인화를 그려주는 시간을 마련한다. 4일과 11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채를 갖고 문화관 기획전시실에 방문하면 작가가 현장에서 그리는 문인화 작품을 볼 수 있고, 나의 부채에 오래 남을 선면화 작품을 담을 수 있다.
작가는 “선면화는 부채의 여백에 글과 그림을 담아 안부를 물었던 옛 선비정신의 산물로 시, 서, 화의 운치가 함께 들어있는 정성어린 선물로 사랑을 받았다”며 “옛 선현들의 멋과 여유를 담은 이번 선면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문인화 세계는 사의적(寫意的) 표현으로 한 획만으로도 문자향(文字香)과 흥취가 있으면 격조있는 예술로 충분한 가치가 인정되는 분야다"면서 ""다소 혼란스런 세상에서 문인화에서 표현되는 여백미(餘白美)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작가는 서원수묵연구회장으로, 부안서 열린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한국화(사군자)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3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대한민국미술축전 국제아트페어전(킨텍스)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우수상,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최우수작가상, 온고을미술대전 대상, 전라북도 미술대전 우수상, 한국 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최우수 작가상, 한얼 문예박물관 특별 기획전 특별상, 2021 대한민국 예술대상(노벨재단)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축전 국제아트 페어전 등에도 참여했으며, 벽골제 미술대전에서 심사를 했다.2021 세계 서예 비엔날레 초대작가를 역임,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신춘휘호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회원, 서원수묵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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