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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전북 분청사기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분청사기는 한국 도자사에서 고려 청자, 조선 백자와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고려 청자가 쇠퇴하고 조선 백자가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이전 시기에 빚어진 자기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잇는 중간단계의 도자기다. 고려말부터 제작돼 15세기 초중반 조선 세종 임금 재위 시기에 절정을 이룬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에서는 보기 힘든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형태와 무늬, 무늬를 입히는 다양한 분장기법이 특징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과 공동으로 2024년 11월 30일까지 고흥분청문화박물관 한국의 분청사기실에서 '분청을 기록하고 기억하다' 기획전을 갖는다. 이번 기획전은 '세종장헌대왕실록(이하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전라 지역의 자기소(所)·도기소 70곳과 문화유산 공간정보 시스템(GIS)에 등록된 가마터 288곳을 조사해 41곳의 위치를 추정해 공개한다.
2부는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된 남원도호부 아산리 자기소(현 임실 학정리 가마터), 나주목 영광군 구수동 자기소(현 영광 길용리 가마터)에서 발굴된 ‘내섬(內贍)’명 분청사기, 순창군 심화곡 자기소(현 순창 심초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순창(淳昌)’명 분청사기 등도 선보인다. ‘내섬’은 조선시대 전기 왕실에 올리는 물품을 담당하는 중앙관청 내섬시를 말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된 8道의 자기소 총계는 139개소이고, 전라도에는 31개의 자기소가, 전주부에는 7개소의 자기소가 기재되어 있다. 도기소의 총계는 189개소이고 전라도에는 39개소가, 전주부에는 8개소의 도기소가 기재되어 있다. 자기소와 마찬가지로 수, 품, 방위 등이 기록되어 있다. 전주부와 관할 군현의 자기소 7개소와 도기소 8개소가 해당되는 곳은 전주부, 금산군, 익산군, 고부군, 금구현, 부안현, 정읍현, 태인현, 고산현이다.
고창군 반암리에서 우리나라 청자의 도입과 전개과정을 엿볼 수 있는 초기청자가마터가 확인됐다. 반암리 청자요지 일원은 고창 용계리 청자요지(사적), 고창 분청사기 요지(사적), 고창 용산리 분청사기요지(도기념물) 등 다수의 가마터가 밀집분포하는 등 우리나라 도자 문화의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진안고원에서 도요지가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 진안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자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던 곳으로 초기 청자와 후기청자, 분청사기, 백자, 옹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외궁, 점촌, 중길리, 반송리 등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다면서 학계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안청자의 상감기법으로 무장한 도공들이 섬진 강유역을 분청사기 메카로 일구었다. 기형과 색깔을 강조한 고려청자와 달리 분청사기는 해학과 풍류를 강조한다. 남원은 광주, 고령과 함께 도자문화의 자웅을 겨루었다. 임실 학정리·필봉리 등 가장 핵심적인 유적이 섬진강유역에 모여 있다. 임진왜란 때 심당길, 이삼평 등 최고의 도공들이 남원부에서 포로로 붙들려가 일본 도자문화의 서막을 열었다. 애환과 흥망성쇠를 간직한 전북 동부는 엄밀히 표현하면 도자문화의 극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