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기거 중인 천산 스님을 만났습니다. 홀로 있는 이곳이 지상낙원이라 일하는 재미보다 산속에서 사는 즐거움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산사람이라 부른답니다.
샘물 옆 바위에는 ‘침석(枕石)’과 ‘수천(漱泉)’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돌을 베개 삼고 샘물로 양치질한다’는 뜻입니다.
은둔자의 생활철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돌 속에서 나오는 샘물 말고는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돌을 베개 삼습니다. 돌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사람의 심정은 무엇이겠는가. 완벽한 무소유가 아니겠는가. 가진 것은 돌베개뿐입니다.
순천 송광사 침계루도 생각이 납니다.
치마 바위의 모습도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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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석천암에 샘(石泉)이 있는 암굴(巖窟) 상단 중앙에 '일엄(一广)'이라는 석각이 있다. 일엄(一广)은 조선 후기 영조와 순조 때에 충남 연산에 살았던 사계(沙溪) 김장생(1548~1631)의 6대손인 김상일(金相日, 1756~1822)의 호(號)이다.
긔의 문집 일엄유고(一广遺稿) 권지삼(卷之三) 부록(附錄) 묘지문(墓誌文)에 1805년(순조 5년) '일엄(一广)'의 나이 50세에 '大芚山에 一广枕石漱泉濯纓仁智라는 열 글자를 새겼다.‘라는 기록이 있다. 枕石·漱泉(침석·수천)은 '돌을 베개로 삼고 샘물로 양치질한다.'라는 의미로 '山水를 벗 삼아 자연에서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枕石(침석)과 漱泉(수천)의 석각이 우암(尤菴) 송시열의 필획이라고 하는 것은 와전(訛傳)된 것이고, 一广(일엄) 김상일의 필획이다.
[원문] 一广遺稿 卷之三 附錄 墓誌文 : 弱冠遊金剛。晩年刻一广枕石漱泉濯纓仁智十字於大芚。(출처 : 고전번역원 일엄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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