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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우연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행운,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 미소 짓는다


[이종근의 행복산책2]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행운,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 미소 짓는다

“우연(유레카의 순간)이 어떤 사람에게 일어나는지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순간적인 영감은 그것을 얻으려고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고심해 온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다.(루이 파스퇴르)"

깨달음은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레카는 비록 우연히 찾아오지만 학문적 집착과 아집에서부터 나오는 필연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창의적 발상은 이전부터 무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생겨난다.

유레카는 얄궂게 표현해서 ‘길을 가다가 지갑을 줍는’ 그런 우연이나 횡재가 결코 아니다.

인류를 구원한 예방접종법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의 일화를 보자.

1878년 닭의 콜레라 병원체를 연구하던 파스퇴르는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잠시 연구를 중단하게 된다.

여름 내내 다른 일을 하다 실험실에 돌아온 파스퇴르는 시험관의 배양액이 변질된 것을 모르고 닭에게 주사했다. 주사를 맞은 닭들은 처음에는 시름시름 앓더니 이내 회복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파스퇴르는 병원균을 배양해 닭들에게 주사했다. 모든 닭이 죽었지만 변질된 배양액 주사를 맞았던 닭들은 멀쩡했다. 인체가 어느 미생물과 접촉했을 때 이를 병원체로 인식해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고, 다음번 접촉 때는 더욱 강한 방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예방접종의 원리가 밝혀진 순간이었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순간도 비슷했다.

플레밍은 오랫동안 방치했던 곰팡이 핀 박테리아 배양액을 보고 깜짝 놀란다. 곰팡이가 박테리아를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그의 연구는 이처럼 우연한 순간 꽃을 피우게 된다.

페니실린의 우연한 발견과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다. 이처럼 우연한 발견을 과학사에서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사전적으로 ‘행운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을 뜻하는 말이다. 과학사에서는 완전히 우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완전한 우연에 의한 세렌디피티는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세렌디피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준비되고 열린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렌디피티와 관련해 루이 파스퇴르는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바이오물리학 박사이자 독일 '슈피겔'지 학술전문기자인 슈테판 클라인의 '우연의 법칙'(웅진 펴냄ㆍ유영미 옮김)은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사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우연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어떤 남자가 기다리던 버스를 놓쳤고, 마침 옆에 자기처럼 차를 놓친 여자가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결국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둘 중 한 사람이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그 아이들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역사 속에서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무기공장 페인트공으로 일하던 마릴린 먼로는 우연히 한 해군 사진작가의 눈에 띄게 된다.

사진작가는 그를 모델로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은 군부대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문을 접한 한 민간 사진 에이전시가 먼로에게 접촉하면서 20세기 최고 스타가 탄생했다. 물론 먼로는 페인트공으로 일하면서도 모델이 되겠다는 열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일은 일상 속에서도 일어난다. 1970년 텍사스 휴스턴 의과대학은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한다. 선발 인원을 착각해 너무 적은 수의 학생들을 뽑은 것이다.

학교측은 할 수 없이 필기시험과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 중 상당수를 다시 입학시켰다. 상식대로라면 높은 점수로 먼저 선발된 학생들이 추가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우수해야 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첫 기말고사 성적부터 두 집단은 차이가 없었고, 몇 년 후 의사가 됐을 때는 오히려 추가 입학생 중에서 우수한 의사들이 나왔다. 만약 대학측이 우연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 우수한 의사들은 다른 직장에 있었을 것이다.

인간 개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도 우연적인 측면이 많다. 어른이 될 때까지 똑같은 조건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도 각자 어떤 우연한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파스퇴르나 플레밍, 마릴린 먼로에게 생긴 우연이 그들로 하여금 역사를 바꿀 수 있게 한 것은 그들이 우연을 기다리면서 보낸 노력과 열망의 긴 시간 덕분이었다.

우연은 누구에게나 생긴다. 결국 불현듯 생기는 우연을 인정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