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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 '오늘이 오늘이소서' 날마다가 좋은 날이다


[이종근의 행복산책2] 날마다가 좋은 날이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말은 운문선사의 어록인 '운문광록(雲門廣錄)'에 나오는 말로 너무나도 유명한 선어입니다.
운문선사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름 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 오늘부터 보름 이후의 일을 표현할 수 있는 시구를 지어 가져오너라"
수행승들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 짰으나 무어라고 한마디로 선의 묘미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운문선사가 스스로 지은 짧은 시구를 내보였습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뜻이며, ‘해마다 좋은 해’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살다 보면 궂은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는 법입니다. 또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날이란 결코 없지 않나요.

운문선사께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의미로 ‘날마다 좋은 날’을 말씀하셨던 게 아닙니다. 매 하루하루, 심지어 가장 비극적인 날조차도 새롭게 움트는 봄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하루하루가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stand on its own)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 점을 알고 오늘을 가장 좋은 날로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 아닐런지요.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에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마시고 (날이) 새거들랑, 샐지라도 매일같이 오늘이소서(양금신보)'

고려말부터 조선중엽까지 우리 조상들이 즐겨 불렀던 축가 '오늘이 오늘이소서'는 소박한 평민들이 생활의 기쁨을 노래한 것으로, 남원에서 채보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노래인 만큼 '일일시호일'과 완벽하게 의미가 맞아떨어집니다.

이 노래 가사에는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 그리고 염원이 담겨있지요. 그러나 임진.정유재란을 당하면서 노래도 잃어가고 아는 이도 사라져갔습니다. 1610년 남원에 살았던 양덕수가 사라져가는 노래들을 채보해 양금신보를 만들었으니 이 노래는 문화적 위상을 드높인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늘 오늘만 같기를… ' 이 시를 지은 화자는 아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그저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행복함이 느껴집니다. 하루하루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날이 아니라, 늘 새로운, 날마다 좋은 날을 바랍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시작에 서서 이 시의 화자의 오늘이 내게도 오기를 바라봅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매일매일을 좋은 날로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하루하루가 오늘 같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오늘같이 무사히 지내게 하여 주소서. 가지말라고 오늘이 오늘이 아니고 뛰지말라고 오늘이소서. 새 날 새 땅만 바라보다가 이 날 이 땅을 놓치지 않는 오늘이소서.

'오늘도 오늘이소서, 내일도 오늘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