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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건망증

[이종근의 행복산책2]건망증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저승에는 5개의 강이 있다고 합니다. 슬픔과 비통의 강 아케론(Acheron), 탄식과 비탄의 강 코키투스(Cocytus), 불의 강 플레게톤(Phlegethon), 증오의 강 스틱스(Styx), 그리고 망각의 강인 레테(Lethe)가 그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 다섯 개의 강을 건너야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冥界)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망자(亡者)는 명계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 마셔야 하는데, 이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됩니다.

한햇동안 뭐 그리도 잊어버려야 할 일이 많은지, 1년 동안 고작 한두 번쯤 만나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서로 부어라 마셔라 하던 ‘망년(忘年)’을 흔히 ‘송년(送年)’으로 부릅니다.

향내 나는, 결따라 세월의 때가 곱게 눅은 책상머리에 앉아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잊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좋지 못한 일들을 잊어버린다면, 아니 잊을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 당신이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 한가지만은 결코 잊지 않는 건망증이라면 참으로 ‘행복한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