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백구면 월봉리 부용사(芙蓉寺)는 미륵부처가 영험한 것으로 알려져 약사여래불상 앞에 엎드려 불공을 드리면 반드시 효과를 본다는 신기한 전설이 전한다. 단청 기능 보유자였던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승려 김일섭(金日燮)이 1936년에 창건했다고 한다. 대웅전 내부에는 주존으로 아미타불을 모시고 좌우에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모셨다. 이 아미타불은 김일섭이 손수 제작한 것이며, 좌우 협시불인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도 석고상으로 만들어 불교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금용(金蓉) 일섭(日燮, 1900∼1975)은 전남 화순출신으로 불상·불화·단청 등을 일제 강점기부터 활동한 근대 불교미술의 선구자이다. 그는 1935년 김제 금산사 미륵불 조성에 참여하고 1938년 조선불교 총본산 태고사 대웅전(현 서울 조계사) 불화를 조성하는 등 30대 중반에 대규모 불사를 주도하는 반열에 올랐다. 그의제자 송복동은 고창 선운사 사천왕상을 조각했고, 김제 용봉사 은행목조 등신대좌불, 해남 대흥사, 경북 묘관음사 목불도 그가 직접 깎아 만든 불상이다. 또 해인사 길상암 독성, 산신 탱화, 광주 관음사 후불탱화, 부안 내소사의 후불 탱화 등도 그의 작품이다. 김일섭은 탱화 불화, 불상, 단청 350여 점을 남겼다
그는 근세 대불모(大佛母)인 김보응(金普應) 화사(畵師)를 찾아 불화를 배웠다. 불교미술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전북 김제에 부용사를 건립한 후 성예원(聖藝院)을 개설, 불상, 불화(佛畵) 전문 연구 기관으로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그의 제자는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 제48호 임석정을 비롯, 전북도 문화재 신언수, 그리고 김우일, 남인식, 박상순, 송복동, 신병철, 유봉래, 김지죽, 박준수, 신언식, 이충열, 박유종, 서광성, 조정우, 임동용, 이철우, 이수철, 이정오, 우국정, 이명열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나왔다는 이용엽선생의 설명이다. 40∼50대에 일섭은 높이 4m 이상의 대형 후불도(後佛圖)를 그리거나 한 사찰의 불상·불화·단청을 모두 조성하는 등 대규모 불사를 행하는 종합 예술가의 면모를 보이면서 1971년 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에 지정, 근대 불교미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제자 양성에 힘썼다.
국립광주박물관은 2018년 6월 18일부터 7월 1일까지 특별전 '금용 일섭 - 근대 부처를 만들다'를 개최했다. 또, 통도사성보박물관은 2006년 보응, 일섭, 우일 작품 선집을 펴내기도 했지만 전북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변한 사업 하나 한 적이 없다. 민선7기를 맞아 성예원의 역사를 반추하고, 또 그가 남긴 업적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그가 남긴 유산을 모아 전시관 또는 박물관을 만들 수는 없나. 김제는 서예로 유명하지만 불화, 불상도 못지 않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이종근의 행복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종근의 행복산책2]마음의 등불 (0) | 2021.12.07 |
---|---|
[이종근의 행복산책2]건망증 (0) | 2021.11.30 |
전북도 문화상 (0) | 2021.11.26 |
전두환과 3S정책 (0) | 2021.11.24 |
‘명승’ 적극적으로 찾아 발굴해야 (0) | 202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