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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건망증

올 한해 어떻게 사셨습니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한 여인이 마지막 나라로 가는 스틱스강을 건너려는데, 뱃사공이 말합니다. 당신은 이 강을 건너기 전에 레테호수의 물을 마실지 안마실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호수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데요”, “모든 고통을 다 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시고 말고요. 괴로운 일 슬퍼했던 일들을 말끔히 잊어 버린다면야 왜 마시지 않겠습니까”

이 여인이 물을 마시려는 순간, 사공이 말을 이어갑니다. “한 가지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이 물을 마시면 고통스러운 기억도 잊어버리지만 좋았던 일 등 과거의 모든 일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이 여인은 고민에 빠져있다가 결국 마시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고통스러운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요.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통 자체도 분명한 내 삶의 한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햇동안 뭐 그리도 잊어버려야 할 일이 많은지, 1년 동안 고작 한두 번쯤 만나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서로 부어라 마셔라 하던 ‘망년(忘年)’을 지금은 ‘송년(送年)’으로 부릅니다.

향내 나는, 결따라 세월의 때가 곱게 눅은 책상머리에 앉아 돌이켜보면 참으로 잊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모두 잊어버린다면, 아니 잊을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 당신이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 한가지만은 결코 잊지 않는 건망증이라면 참으로 ‘행복한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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