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이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누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만해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이 시를 통해 세상살이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를 잠재우는 등불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조들의 일상생활에서 늘 함께했던 삶의 동반자 등잔. 단순히 일상생활 속에서 빛을 밝히던 조명기구일뿐 아니라, 바람과 염원을 담아 빛을 밝혔던 등기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등기구는 다른 나라의 등기구에 비해 그 높이가 높은데, 우리 옛 선조들이 좌식생활을 한 연유로 눈높이에 맞는 등잔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통 등기구를 보면 그 실용성과 조화로움에 놀라게 됩니다. 촛대에 빛을 분산되지 않도록 화선(火扇)을 달고, 초가위를 매달아 놓은 것, 또 등잔대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단을 만든 것 등의 실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나비, 원, 박쥐 모양 등의 화선(火扇)을 통해 멋과 조화로움까지 고려한 등기구들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밤이 낮만큼이나 밝고 화려한 지금 등잔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우리에게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멋과 실용성을 겸비한 전통 등기구들에 대해 알아보면서 따뜻한 마음의 등불을 밝혀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등(燈)은 어둠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나요. 작은 등불이더라도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그 밝기는 태양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빛 한점 없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그 마음이 빛 한점없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마음을 무명이라고 합니다. 연등을 밝히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무명을 환하게 밝혀 지혜를 얻고자 하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아함경에 보면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라는 말이 보입니다. 내 마음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는 말입니다. 특히 자비의 등불이 가정이 어렵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우리의 이웃 모두를 밝힐 것입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널리 회자되는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의 등은 누구도 끌 수 없습니다.
성경에도 열 처녀의 비유가 보입니다. 모두 다 등불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은 것 준비에서 슬기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가 판가름났습니다. 어리석은 다섯 명은 보이지 않은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등불을 밝힘으로 없어지는 기름, 계속 채워야 하는 등 기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등은 들었는데 그 속에 정말 필요한 기름은 준비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제나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 여겨 소홀히 하는 데 있었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다섯 처녀를 슬기롭다 하는 것은 등불과 더불어 기름까지 그릇에 담아 두는 준비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등불로 삼을지어다. 그렇지 못하면 남에게 밝고 좋은 기운을 비추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로 내 마음에 희망과 긍정의 등불을 걸어보세요. 여러분들은 어떤 종류의 등기구를 들고, 또 얼마나 세상을 향해 빛을 발하고 있나요. 오늘도 등불은 당신을 유혹하지 않고, 묵묵히 어둠을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반드시 자등명(自燈明)하세요. 저 등불처럼, 스스로 영롱하고 밝은 마음의 등불을 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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