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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행복산책

[이종근의 행복산책2]나비 문신을 새긴 빠삐용

 

 

 

인생을 허비한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다

꿈에 등장한 심판관은 이처럼 말했다. 이 꿈 속의 판결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다. ‘스티브 맥퀸’(앙리 역)더스틴 호프만’(드가 역). 최고의 배우 조합을 자랑한다. 앙리는 가슴에 나비 문신을 해서 빠삐용(나비)으로 통한다. 빠삐용은 나비 문신을 가슴에 새긴 남자다. 그는 금고털이였지만, 살인죄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걸로 나온다. 빠삐용은 나비라는 프랑스말로 그 나비는 자유를 상징하는 의미다. 도망자, 탈옥 등의 남성적인 이미지에 나비라는 연약한 이미지는 자유를 빼앗기고 언제든 짓밟힐 수 있는 연약한 죄수의 이중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30년대 프랑스에서는 쓰레기 치우기가 한창이다. 프랑스에 도움이 되지않는 범법자들을 모아서 배에 실어 남미의 한쪽 끝, 기아나로 옮겨간다. 배를 타러 가는 죄수들을 보러 프랑스 시민들이 줄서있다. 그중엔 빠삐용의 애인임직한 여자도 있고, 루이 드가의 아내인듯한 여자도 있다. 빠삐용의 여자친구는 "당신은 돌아오실 거에요" 손을 흔들면서 말하지만, 빠삐용 옆에 서서 같이 가는 죄수 한명은 빠삐용에게 "그렇게 되지 않을 걸" 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살인죄를 뒤집어쓰는 바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형무소로 가는 배에서 드가를 만난다. 그는 지폐위조범이다.

둘은 끔찍한 감옥에서 더위와 중노동에 시달린다. 앙리는 구타를 당하는 드가를 막아주는 절친이지만 탈옥하다 걸려서 2년간 독방에서 생활하고 다시 탈옥하다가 걸려 5년간 독방에 갇힌 신세다. 다시 탈옥을 함께 시도하는 앙리와 드가. 그러나 역시 둘은 다시 경찰에 걸려 드가는 잡힌다. 앙리 또한 탈출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다시 교도소행이다. 바퀴벌레까지 잡아먹으며 끈질긴 생명을 유지하는 앙리. 어느 날 꿈 속에서 재판을 받는다.

 

너는 네 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나는 죄가 없소. 난 포주를 죽이지도 않았소.”

아무것도 발견 못한 당신들이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지. 네 진짜 죄는 포주를 죽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 죄가 무엇이오.”

네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지. 인생을 허비한 죄.”

그렇군요. 허허허유죄 유죄 유죄

 

춘향전에도 나비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내아에서 잡술상이 나오거늘 일배주 먹은 후에 통인 방자 물려주고 취흥이 도도하여 담배 피워 입에다 물고 이리저리 거닐 제 경처(景處)의 흥에 겨워 충청도 고마 수영 보련암을 일렀은들 이곳 경처 당할 소냐. 붉을 단() 푸를 청() 흰 백() 붉을 홍() 고을고을이 단청 유막황앵환우성(柳幕黃鶯喚友聲, 버들 장막에서 꾀꼬리가 벗을 부르는 소리)은 나의 춘흥 도와 낸다. 황봉백접(黃蜂白蝶, 노랑 벌과 흰 나비) 왕나비는 향기 찾는 거동이라. 비거비래춘성내(飛去飛來春城內, 날아가고 날아오니 봄성의 안이요), 영주 방장 봉래산이 안하(眼下)에 가까우니 물은 보니 은하수요 경개는 잠깐 옥경이라. 옥경이 분명하면 월궁(月宮) 항아 없을소냐

나비효과'라는 게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예측 불허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일컬을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과학 이론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나비효과가 있다. 한 사람의 작은 생각과 선행이 우리 사회 전반을 훈훈하게 만드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서부터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에 이르기까지 나비는 문화 예술은 물론이고 철학 과학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돼 왔다. 색소 없이도 예쁜 색깔을 내는 나비 날개의 나노구조를 응용, 독성 안료가 안 들어간 페인트를 만드는 연구와 나비 모양의 스파이 로봇 개발 등도 진행되고 있다. 패션, 디자인, 수영 등 생활 곳곳에서 나비는 눈에 띈다.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나비넥타이를 매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다. 봄 나비의 날갯짓을 보면서 우리네 영혼도 나비처럼 자유롭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오늘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