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흠뻑 취해서 한참을 흥겹게 놀더니 이도령이 춘향을 재촉했다. “이애 춘향아, 밤 깊었다. 우리 누워 자자!” 자꾸 성화를 해서 원앙금침 이부자리를 펼쳐놓고는 부끄러워 피하는 춘향을 꼭 껴안고 누우니 온 세상이 다 제 것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긴 꿈이라 해도 이보다 더 달콤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이는 춘향가의 내용이다.“춘향아, 이 세상에 우리 둘이 생겨나서 평생을 이리 놀다가 죽어도 같이 죽자. 나무라도 은행나무처럼 마주 서고, 돌이라도 망부석처럼 마주 서자.” “왜 하필 망부석이람?”, “그래 춘향아, 우리 죽어서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음양수란 물이 되고 나는 죽어 청조란 새가 되어 청조가 음양수 물결을 출렁출렁 차거들랑 나 온 줄을 알려무나”, “나는 음양수 되기 싫어요.” “그러면 네가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꽃이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어, 꽃 피어 만발할 제 범나비 너울 넘놀거든 나 온 줄을 알려무나”, “아니, 그것도 나는 싫어”, “그러면 네가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맷돌 윗짝이 되고 나는 밑짝이 되어 똘똘 안고 돌거들랑 나 온 줄 알려무나”, “그것도 나는 싫어요” “그러면 네가 될 것 있다. 너는 죽어서 오리나무 되고 나는 죽어서 칡넝쿨 되어 밑둥에서 가지까지 홰홰친친 감겨서 일생 풀리지 말자꾸나”
하염없이 달콤한 얘기를 나누는데 긴긴 밤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춘향과 몽룡은 광한루에서 첫 번째 만남을 갖게 된다. 그 첫 만남에서 둘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몽룡이 춘향의 집을 찾아가 월매에게 청혼을 하고 춘향과 함께 첫날밤을 치르게 된다. 첫날밤을 치르게 되는 방 안에는 춘향과 몽룡이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은 옷가지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한쪽에는 깨끗하게 새로 꾸민 요와 이불이 정갈하게 깔려 있고, 그 옆에는 푸짐한 주안상이 놓여 있다. 둘의 표정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매주를 수고 남은 콩은 맷돌에 갈아 두부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한민족의 풍속이 있다. 설때면 그 맷돌로 온 식구가 모여 두부를 만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20킬로그램의 콩을 물에 불려 두었다가 그 콩을 끓이셨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두부를 만들었고. 두부를 만들면 온 시골 사람들이 그 두부를 먹으러 집으로 찾아왔단다. 이맘때면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흰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맷돌로 콩을 갈고 조포를 만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갓 만든 두부 맛은 어디 비할 데가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황홀했다. 두부 김치에 막걸리 한 잔이 땡기는 것은 왜 일까. 참으로 그리운 맛이 생각나는 오늘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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