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호암마을 위로 다리가 놓아지고 있습니다. 용담면 호암(虎岩)은 옛날 이 마을에 살던 김 효자가 노모가 병 들어 개고기를 먹고 싶다고 함으로 주문을 외워 호랑이로 둔갑하여 밤마다 개를 잡아다 노모를 공양했습니다. 밤마다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아내가 어느날 숨어서 남편의 둔갑술을 보고는 주문을 몰래 불태워 버리자 김효자는 다시는 인간으로 환생할 수가 없었으며 눈물을 머금고 방황하다가 죽어서 바위가 됐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마을이름을 범바위라 부르며 한자로 호암이라 칭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마을은 용담면의 관문에 있는 마을로 260여년 전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한국화가 김학곤의 작품엔 실향의 고통을 부채(負債)처럼 안고 살아가는 한 작가가 캔버스에 오감(五感)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대바람소리며, 토끼떼들이 무리지어 노닐었던 언덕배기며, 그리고 고향사람들의 수런거림이 잔뜩 묻어나는 풍경을 응축시켰습니다. 고향 진안과 용담댐 수몰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월포리 다리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전면 월포리 원월포마을, 월포리 양지마을, 구룡리 금당마을, 구룡리 불로치, 정천면 월평리 오동마을, 월평리 월평 뜰, 용담면 월계리 성남마을, 월계리 호미동마을, 와룡리 호암방앗간, 안천면 삼락리 경대마을, 노성리 상보마을, 상보 대양밭뜸 등은 실경산수화 대작입니다.
‘호암방앗간(95x63cm)’이란 작품을 보면 방앗간 아래 다리 위 방향으로 방향을 달리한 염소 2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습니다. 개울 위로 4마리의 염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흑염소가 흰 눈밭을 탐색하는 용담 풍경이 작가의 붓끝에 잡혀 애잔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풍경은 오히려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데다 시린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다만, 지는 석양빛이 아무리 슬퍼도 저 감나무처럼 꼿꼿이 서서 바라볼 일입니다. 용담댐 수몰 뒤 뿔뿔이 흩어진 마을 사람들도 함께 웃고 울던 마을공동체의 기억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이랄까.
불어난 계곡물은 이 땅을 에두르고 물이끼는 돌의 이마에서 한층 짙푸릅니다. 계곡의 청량한 바람은 맑고 청아해서 당신과 꿈길을 걷는 듯 행복한 새벽길을 펼쳐놓습니다. 그대여! 행여 시린 마음 달래려거든 '하늘닮은'사람들의 희망, '하늘담은' 진안에 눈길 한번만 주시기를. 용담댐의 윤슬(잔물결)은 더 찬란하고 이내 삶은 뜨거워집니다. 당신이여! 장식 전혀 없는 모습으로 귀밑 수줍은 바람의 미동마저 한없이 고마워하는, 풋풋한 삶이고 싶습니다. 기다림과 그리움의 색깔은 무채색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들려주는 삼라만상의 색깔은 전혀 어둡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떠난 그 겨울, 그 자리에 저기 저 바람으로 남아 강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글=이종근 기자, 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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