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군은 자타가 인정하는 누정의 고을입니다. 진안의 누정을 위치에 따라 분류하면 경관이 좋은 곳이나 산, 대, 또는 언덕에 위치해 산을 등지고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것으론 수선루, 태고정, 만취정, 쌍계정, 쌍벽루, 우화정, 하정각이 있습니다. 천변에 있는 누정으로는 개안정과 학남정이 있으며, 마을 입구에 있는 것으로는 고무정과 충목정이 있고, 계곡에 있는 것으로는 영모정이 있습니다. 진안의 누정을 기능에 의해서 분류하면 본래 누정 건축이 가지고 있는 산수와 풍경을 즐기던 목적을 가진 것이 7개로 가장 많습니다. 수선루, 태고정, 만취정, 쌍계정, 쌍벽루, 우화정, 하정각이 해당됩니다. 마을이나 모임 계 등 모임 기능을 가진 누정으로는 개안정, 고무정, 충목정, 학남정 등이 있습니다. 인물이나 수목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누정으로는 영모정과 충목정이 있는데 영모정은 1869년에 효자 신의연(愼義蓮)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누정이고, 충목정은 충절을 지킨 고목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누정입니다.
진안에는 건축적인 측면에서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누정이 있습니다. 암벽을 이용하거나 암벽을 파고 그 안에 누정을 건립한 것이 그것입니다. 수선루는 암벽을 파고 그 암벽을 이용해 2층으로 누정을 건축했으며, 만취정과 쌍계정은 암반을 이용하여 누정을 건축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고 중국에서 유행하던 방식으로 중국의 영향으로 건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수선루 주변에는 이러한 내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중국의 고사에서 연유한 글씨를 누정 주변의 암벽에 새겨 놓고 있습니다.
진안의 누정 중에는 본래의 장소에서 이전한 것도 있습니다. 태고정(太古亭)은 본래 용담면 옥거리 주자천 절벽에 있었던 것을 용담댐 건설과 더불어 현재의 위치인 수천리로 이건한 것이며, 우화정(羽化亭)은 현재의 위치에서 서쪽으로 100여 m 떨어진 등성이 너머 암벽 아래에 위치하고 하고 있었던 것을 지금의 자리에 이건하고 중창한 것입니다. 이들 누정은 비록 누정 건축으로서 장소성은 잃어버렸으나 본래의 건축이 가지고 있던 기능이나 형태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안의 누정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본래 가지고 있던 누정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장소에 건축되었고, 다양한 연유와 배경에서 창건됐습니다.
특히 수선루, 만취정, 쌍계정과 같이 암벽을 이용한 건축과 용담댐 이전 등으로 인해 장소성을 상실한 누정 건축도 있어 진안의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5년 용담면 태고정 아래로 잔물결이 흘러갑니다. 불어난 계곡물은 태고정을 에두르고 물이끼는 돌의 이마에서 한층 짙푸르다. 계곡의 청량한 바람은 맑고 청아해서 꿈길을 걷는 듯 행복한 새벽길을 펼쳐놓습니다. 소나무와 벚나무가 연못과 정자에 그늘을 드리웁니다. 정자 마루에 앉아 있으면 바람 소리에 적막이 더 깊어집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물이 좋은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메골이 깊으면 그 물이 맑고 깨끗합니다. 또한 메아리 소리도 그 울림이 큰 법입니다.
본래 태고정이 있던 자리에는 15세기 말경에 현령 조정(趙鼎)이 지은 이락정(二樂亭)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었습니다. 이락정(二樂亭)은 ‘군자는 산과 물을 좋아한다는(樂山樂水)’의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오래가지 못하고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만송정(萬松亭)이라 불리었습니다.
비변사 호남지도진안용담현(備邊司湖南地圖鎭安龍潭縣)은 18세기 중반 전라도 진안현과 용담현 일대의 모습을 그린 방안식 채색 필사본 군현지도입니다. 용담현은 지금의 진안군 용담면·주천면·동향면·안천면·정천면 일대에 해당합니다. 읍치는 용담면 옥거리에 있었습니다.
고을의 진산은 용강산(龍岡山)으로 북에서 내려오는 맥이 뚜렷하고 고을의 남이면 황산 마을 앞에는 금강이 주자천과 합수하여 삼천(三川)을 이루고 있는데 그곳은 예전에 이름이 마산담(馬山潭)으로서 용담(龍潭)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읍치 서남쪽의 주화산은 계룡산까지 이어지고, 서면의 주자천에는 와룡암(臥龍岩)과 반일암(半日岩)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지도 중앙에 용담현 치소 건물이 그려져 있고 산과 하천의 흐름을 주로 표기하고 있고, 상단에 건치 연혁·호구·군정, 그리고 각 면의 거리 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752년(영조 28)에 현령 홍석이 주자천변의 언덕 위에 지은 태고정(太古亭)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앞 시기에 제작된 지도임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태고정은 용담면 소재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용담호 변으로 개설된 지방도 795호선을 따라 진안 방면으로 8㎞쯤 가면 용담대교가 나오는데, 다리 바로 앞 오른쪽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는 옛 용담면 소재인 옥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망향의 동산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태고정은 원래 주자천 천변 절벽 위에 있던 것을 1998년 용담댐 건설로 인해 현 위치인 수천리 언덕위로 이건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본래 태고정이 있던 자리는 15세기 말경에 현령 조정이 지은 이락정(二樂亭)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었습니다. 그 뒤 1666년(현종 7)에 용담 현령 홍석(洪錫)이 이를 고쳐 짓고 태고정이라 했습니다. 「태고정기」에 의하면 태고정 자리에는 만송정(萬松亭)이 있었는데 퇴락해 버려 그 자리에 집을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온돌방을 마주 보도록 꾸며 남쪽은 와선실(臥仙室, 신선이 누워 있는 방), 북쪽은 이은실(吏隱室, 벼슬자리를 떠나고 싶다)이라 하였으며, 이은실의 북쪽에 또 작은 헌(軒)을 하나 지어 주홀(株笏, 벼슬아치가 지니는 홀을 꽂아버리다)이라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태고정 이전에 만송정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고, 건립 당시 형태가 지금과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11년 봄 태고정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국가 재산으로 강제 몰수되어 공매 처분됩니다. 그때 송림리의 임소환(林昭煥)이 250원에 사서 용담군 공유물로 기증, 오늘에 이른다고 전한다. 현 위치로 이건하면서 퇴색되었던 단청도 새롭게 칠해졌습니다.
이건해 본래의 장소성은 잃어 버렸으나 현재의 위치도 좋은 경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용담현은 진산인 용강산의 맥이 흘러와 명당 판을 형성시켜 놓았고, 한 가운데 동헌이 있었다. 면사무소 자리가 옛 용담현의 동헌 자리이다. 태고정(太古亭)이 자리한 곳은 용강산의 맥이 닭모산을 거쳐 우백호를 형성시켰습니다. 우백호 자리를 보강하기 위해 천혜의 절경에 정자를 세우고 인위적으로 숲을 형성시켜 놓고 있습니다. 예전에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왼쪽으로 진안, 금산으로 빠지는 방향에 남산(南山)인 좌청룡이 길게 용담현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용담현 앞으로 흐르는 주자천은 운장산에서 발원하며, 주자천 건너편의 매봉산은 용담현의 안산에 해당됩니니다. 용담현에서 보면 주자천이 빠져나가는 곳이 허하기 때문에 수구막이로서 숲을 조성하여 놓았습니다. 이곳을 ‘숲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선돌을 세운 것도 이를 보강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태고정에서 내려다보면 읍내 4개 마을과 강건너 송림마을이 한눈에 들어왔고~ 여름철 시원한 강바람은 한기를 느낄 정도로 에어컨은 상대가 안되었고 장기 바둑을 두시는 동네 어르신들의 휴식처였습니다. 정자 주변엔 아름들이 상수리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도토리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고, 앞쪽으로는 625전적기념비가 세워져 있었고, 우측엔 읍내. 뒤쪽 신작로를 따라가면 운일암반일암, 운장산, 구봉산 등이, 좌측 언덕 아래로는 여름내내 내가 살았던(!) 자갈밭과 넓지 않은 강물이 흐르고,,, 하지만 이젠 기억속에만 자리하고 있습니다’
태고정의 편액은 송준길(宋浚吉)이 썼으며, 정자 안에는 송시열이 쓴 ‘용담현 태고정기(龍潭縣 太古亭記)’가 있어 지역을 초월한 태고정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양송(兩宋)의 글씨을 이처럼 한곳에 볼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서 몇곳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글=이종근 기자, 사진=이철수 용담호사진문화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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