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는 0.03mm펜으로 수십만번을 그리고 또 그려야 나오는 그림이다. 건축물 기록 펜화는 붓이 표현하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을 0.05㎜ 펜촉을 통해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훼손된 문화재의 경우 고증작업을 통해 건축물의 모습도 복원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경복궁, 불회사 등 문화유산이 펜으로 살아났다. 김시현씨가 2019년 4월 15일까지 전주 아무 갤러리& 카페에서 경복궁, 불회사 등을 펜으로 재현, 첫 저시를 갖고 있다.
이번 펜화전은 이외에 바라보는 그곳을 통해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담았으며, 전동성당 순교자, 둔율동성당, 성모동산, 노무현 생가, 범어사 등 다채로운 형태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 작품 한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마음의 위안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작품이 구성면이나 기교면이 우수한 점도 있지만 작가의 정성과 노고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작가의 진정한 마음과 혼을 담아 사유하며 관객과 동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시는 ‘쉼.자유’를 주제로 선보인다.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마음을 담아 누군가의 고향일 수 있는 우리나라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을 펜으로 그려냈다. 펜(pen)은 서양의 필기구이고, 붓(筆)은 동양의 도구라 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펜화는 정밀한 사실묘사에서 느껴지는 이성적 감각과 함께 동양화에서의 감성적 감흥이 함께 존재한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고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며, 고도의 집중력과 끊임없는 인내와 섬세함이 요구된다.
작품은 끊임없는 몰입을 통해 제작되며, 작가의 몰입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편안함이며,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다. 또, 자연을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의식을 초월, 무의식의 영역으로 진입함이다.
“얼핏 보기에 풍경들은 우리가 흔히 접해 온 고향의 모습들과 다를 게 없다. 작업에서 선화(禪畵)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고요한 명상으로 스며들게 만듭니다. 그동안의 삶을 반추하면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건네고 싶습니다”
몰입을 위한 단조로운 노동집약적인 반복행위는 정신적 치유를 만든다. 일일이 한 땀 한 땀 직접 수놓은 듯한 작업은 정성어린 수공예성이나 성실함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화면을 가득 메운 바람과 이파리 하나하나의 싱그러운 이미지들이 훨씬 더 감각적인 파장을 자아낸다.
나를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십 줄의 내 감성에 자극이 되고 에너지도 생겼다. 그렇게 펜화와 인연이 됐다. 이젠 그림이 쉼(休)의 자리가 되고 자유(自由)의 숲길이 됐다. 그렇게 알록달록 색이 없어도 작가 자신 안의 색들이 춤을 추며 채워지고 있다.
작가는 불회사에 갈 때마다 거듭했던 감탄을 펜화에 그대로 옮겼다. 서까래와 기와, 건물을 두른 떡갈나무와 소나무 잔가지까지 촘촘히 바늘땀을 놓듯 이어갔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의 그물망에 빠져야 한다.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꼬박꼬박, 꾸역꾸역 그려야 사진보다 더 정밀한 그림으로 재현된다.
그동안 몸에 밴 집중력과 정교함이 힘이 됐다. 특히 "선조가 남긴 뛰어난 유산을 화폭에 담는 일은 이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어서 고통보다 힐링이 됐다.
작가는 “펜화는 사진이나 눈으로 볼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다”며 “주부 생활 30년이 지난 후 4년 여 동안 김분임 교수(전북대 평생교육원)으로부터 공부, 마음의 평화를 찾고 만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시현 펜화전
- 쉼·자유 -
인생의 반환점에 설 무렵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정이란 울타리속의 긴 침묵을 깨고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어반스케치 하는 분들을 보며
동경하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내안의 무언가 있었을까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젠 그린다
나를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십 줄의 내 감성에 자극이 되고 에너지도 생겼다
그렇게 펜화와 인연이 되었다
이젠 그림이 쉼(休)의 자리가 되고
자유(自由)의 숲길이 되었다
알록달록 색이 없어도 내안의 색들이 춤을 추며 채워지고 있다
인생은 이렇게 그렇게
오감을 건드리며 채워가는 거라고,
온전히 나의 이름으로
나만의 이름으로
걸어가는 것.
2019. 봄 김 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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