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가 람곡 하수정이 15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서 51번째 개인전 '화이불류'를 갖는다. ‘화이불류(和而不流)’는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용(中庸) 10장’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는 지금은 ‘화이불류(和而不流)’ 정신을 되새길 때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화합을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모두가 제각각이라고 생각해 전시 타이틀로 했다. 그래서 새와 연꽃 등의 소재를 등장시켜 군자의 모습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작가는 오는 8월, 미국 뉴욕 KNP전을 앞두고 이번 전시를 통해 향방을 가늠해보고 싶어했다.
작품은 문인화가 주가 된다. 하지만 화선지가 아닌, 캔버스 위에 황토 염색을 했는가 하면 콜라쥬 기법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맨 중앙의 ‘연(蓮)’ 작품 8점은 주돈이가 연꽃을 군자에 비유 지은 ‘애련설(愛蓮說)’은 작가 특유의 발묵과 포치가 더욱 더 작품성을 더하고 있다. 이내, ‘향원익청(香遠益淸)’는 혼탁한 진흙물 위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을 통해 군자의 절개가 더욱 도드라진다.
‘화평’은 전주교구의 '제2 성지'라 불리는 여산 성지 백지사(白紙死)터를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호남 최대의 신앙 산맥을 이루는 것은 대둔산과 천호산을 기점으로 한다. 일찍이 복음은 이 두 산의 줄기인 금산(錦山), 진산(珍山), 고산(高山)에 전해져 수많은 교우촌들이 산골짜기마다 형성됐다. 병인박해는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평화롭게 살았던 교우들을 혹독한 박해의 칼날 아래로 내몰았다.
여산동헌에 잡혀 온 신자들은 참수, 교수는 물론 백지사형(白紙死刑)으로도 죽임을 당했다. 백지사형이란 교우들의 손을 뒤로 결박하고 상투를 풀어서 결박된 손에 묶어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다음 얼굴에 물을 뿜고 그 위에 백지를 여러 겹 붙여 질식사 시키는 처형 방법이었다. 지금도 동헌 앞마당에 백지사 터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처형장에서는 얼굴에 달라붙은 백지로 인해 숨을 헐떡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천국 영복을 그리면서 신앙을 고백한 선조들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 오는 듯하다. 작가는 창호지에 달라붙은 숨결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품의 동헌 모습엔 묵주가 보이며, 용마루의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
무엇보다도 화선지가 아닌, 광목에 천연 염색, 캔버스지에 유채, 수묵, 목공단에 감물, 댓잎 염색 등 혼합재료를 사용한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은 참신한 발상과 함께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추색추성’, ‘창문 두드림’ , ‘첩첩산중’, ‘천주실의’ 등 작품은 고달픈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솟구치는 생명력의 기쁨을 순수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붓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면을 활용한 서양화적 기법과 선을 사용하는 서예적 기법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결코 가볍지 않다. '일원상' 등의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철규 예원예술대교수는 “하수정의 문인화 작품을 보면 내적으로는 일탈(逸脫), 외적으로는 상외(象外)로 표현하고 싶다. 거기에 파격이라는 말도 덧 붙이고 싶다”면서 “ 노익장임에도 현재 문인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처럼 패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고 있다. 전북에서 이같은 문인화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참 오랫 만에 눈이 호강한 느낌이다”고 했다.
작가는 추사 김정희의 필맥을 이어온 성파(星坡) 하동주(고조부)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국전 입선 8회와 특선 1회, 전라북도 미술대전 서예부문 동상과 은상 등을 수상했다. 강암연묵회장을 거쳐 대한민국 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대전 문인화 초대작가, 전라북도 서예대전 문인화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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