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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서거정, 패향십영(沛鄕十詠)

서거정이 전주부의 승경을 노래한 패향십영(沛鄕十詠)이다.


경기전(慶基殿)


手提金尺靖東韓 손수 금척을 쥐고 동한을 평정하셨기에
閟殿眞容爲奉安 깊고 그윽한 신전에 진용을 봉안하였네
好是龍興根本地 훌륭하다 예가 바로 용흥의 근거지이니
千秋蕉荔謹黃丹 노란 파초 붉은 여지를 천추에 올리리다


견훤도(甄萱都)


猾賊當時事險微 교활한 적은 당시에 음험을 일삼았는데
蕭墻奇禍不堪譏 뜻밖의 집안 재앙은 가소롭기 그지없네
可憐四十年間業 가련도 하여라 사십 년 동안 벌인 사업이
城郭依稀鶴語非 성곽마저 희미해 학의 말대로는 아니로세


만경대(萬景臺)


臺高千仞倚靑空 천 길이나 높은 대가 창공에 솟아 있어
俛仰乾坤萬里通 위아래 천지 사이에 만 리가 탁 트였네
莫說甄郞興廢事 견훤의 흥망에 관한 일을 말하지 마소
靑山黙黙鳥飛中 청산은 말이 없고 새만 높이 나는구나


기린봉(麒麟峯)


山河磅礴瑞輪囷 산하의 충만한 기세에 상서가 우뚝해라
仙李盤根弈葉春 선리가 뿌리를 내려 대대로 봄이로다
豐鎬由來形勢異 풍호는 예로부터 형세가 유독 달랐거니
請君來此看麒麟 그대는 이곳에 와서 기린봉을 보게나


봉황암(鳳凰巖)


甄家兩顆不才兒 견훤의 집 두어 자식은 못나기 그지없어
梟獍爲心豚犬姿 효경 같은 심술에 돈견 같은 자질이었네
當日鳳凰去何處 그 당시엔 봉황이 어느 곳으로 갔던고
如今覽德自來儀 지금은 덕을 보고 스스로 내려왔는걸

건지산(乾止山)


虎擲龍疲一霎空 용과 범의 싸움이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江山依舊雨昏濛 강산은 예전대로 비만 자욱이 내리누나
傷心莫問濟羅事 상심되거니 백제 신라의 일은 묻지 마소
多少峯巒露碧䓗 하 많은 산봉우리만 우뚝우뚝 푸르구려


덕진연(德津淵)


以德名津語不空 덕으로 이름 지은 그 말이 헛되지 않았도다
澤民曾有濟時功 백성에게 은택입혀 세상 구제한 공이 있네
誰知泓臥龍行□ 그 누가 알리오 깊은 못에 용이 누워서
十雨時能又五風 때로 능히 십우와 오풍을 행사하는지


공북정(拱北亭)


北望神州稽首欽 북으로 대궐 향해 경건히 머리 조아릴 제
華山高聳碧抽簪 우뚝 솟은 화산은 흡사 벽옥잠 같아라
南州冠蓋多於織 남쪽 고을 관리들은 유독 많기도 한데
戀闕思君只此心 대궐과 임금 사모하는 그 마음뿐이었네


제남정(濟南亭)


濟南佳麗惱人多 제남정 화려한 경치는 퍽 사람 들뜨게 하여
憶昔瞢騰盡醉過 내 옛날 잔뜩 취해서 곤드레가 된 적 있네
爲問今時老□□ 묻노라 지금은 ---(이하 원문 누락)
□□□□□□□


쾌심정(快心亭)


畫棟朱甍對碧岑 단청 화려한 정자가 푸른 산 마주했는데
竹林蒼翠轉深深 푸른 대나무 숲 돌아서 깊숙이 들어가네
何時賢尹一樽酒 어느 때나 어진 부윤과 술자리를 열어서
快盡平生未快心 평소 울적한 마음을 유쾌히 다 풀어볼꼬


서거정은 한상 이봉(李封)이 보내준 시에 차운하여 전주의 풍경으로 열가지(패향십영)를 노래하였다.14) 성화(成化) 계묘년(1483)에 이봉은 전주부윤으로서 전주부 객관 동북쪽에 매월정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봉과 서거정은 자주 시문을 주고받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로 위의 시는 서거정이 당시 전주 부윤이던 이봉에게 보낸 것이다.
서거정은 전주 이씨(全州李氏)의 발상지라는 의미에서 전주를 ‘패향(沛鄕)또는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고 하였다.이는 한 고조(漢高祖)의 고향이 패군(沛郡)풍읍(豐邑)이었던 데서 전하여 제왕(帝王)의 발상지(發祥地)임을 가리킨다.

서거정이 꼽은 전주의 열 가지 경치는 경기전(慶基殿),견훤도(甄萱都),만경대(萬景臺),기린봉(麒麟峯),봉황암(鳳凰巖),건지산(乾止山),덕진연(德津淵),공북정(拱北亭),제남정(濟南亭),쾌심정(快心亭)이었다.이들 가운데 현재의 전주팔경과 겹치는 것은 ‘기린봉(麒麟峯),덕진연(德津淵),건지산(乾止山)’정도이다.
서거정이 노래한 공북정,제남정,쾌심정 등은 후대에 이르러 누정이 사라지면서 팔경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전주 팔경시의 형성과정 및 특성 연구, 정훈 전북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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