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마에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은 열심히 살아가는 적나라한 삶의 흔적입니다. 아버지의 무겁기만 한 발걸음은 삶의 힘겨움 때문이고, 꾸부정해진 허리는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입니다. 가정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자연히 ‘나’는 없어지고 ‘가족’이 삶의 전부가 되면서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종종 술 한 잔으로 가끔 호기를 부리며, 힐링을 하곤 합니다.
말없이 묵묵한 아버지가 툭 던지는 헛기침 소리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건재함을 알리는 짧고 굵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때론 너무 약하고 쉬 지치는 연약한 한 인간입니다. 때론 자식들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지요.
저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역할을 과연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직장 안에서 명예 퇴직이니 감원이니 하는 강한 폭풍우와 맞써 싸우는 한편 집안에서는 가장이라는 버거운 사슬이 언제나 자리하는 고독하고도 슬픈 아버지, 그 아버지의 축에 예외없이 끼여든 나. 종종, 작은 아이가 용돈이 필요할 때면 ‘아버지’가 아닌, ‘아부지’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싫진 않습니다. 아부지라는 말은 ‘아부를 종종하면서 지지배배해야 하는 사람’임을 암시하는 말인가요.
근래 유행하는 아버지 유형은 ‘프랜디(Frendy)’이군요.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랜디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함께 대화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같은 자상한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당신의 남편, 아들, 손자, 그리고 삼촌, 이모부 등 주위의 아버지들이 맡은 바 사명을 다하고 있나요.
하지만 아버지를 엄하고 무서운 사람으로 여기는 집도 있고 차라리 없어졌으면 하는 집도 있군요. 더러는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돈벌어오는 사람 정도로 무시하는 집도 있지요. 더러는 아버지를 친구처럼 지내는 집이 있는 반면 어머니 와는 달리, 가깝고도 먼 존재로 생각하는 집도 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들의 강한 듯한 모습과 침묵 뒤에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눈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흐르기 때문에 닦아드릴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눈물은 인내의 뿌리요, 지혜의 샘이 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아버지 술잔에는 항상 눈물이 절반 정도 고여 있습니다. 때론 펑펑 울고 싶지만 울 장소가 마땅히 없기에 슬픈 눈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아버지’가 아닐까요.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으로 흘러 심중에 고여 있지만 어깨를 누르고 있는 세상의 무거운 짐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아버지만이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는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일 뿐입니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무더 위에 그늘의 덕을 베푸는 존재, 끝없이 강한 불길 같으면서도 자욱한 안개와도 같은 그리움의 존재가 바로 아버지가 아닐까요. ‘아! 버드나무처럼 이리흔들저리 흔들거리면서 지상에서 잘 버터내야 하는 존재’의 약칭이 아버지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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