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개인전
‘하늘닮은’ 사람과 ‘하늘담은’ 희망 세상 이야기
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수필가, 다큐멘터리 작가)
그대여! 오늘, 당신 닮은 옥색 한지를 샀습니다. 내 맘 가득 담은 종이 위에 물길 트이고 소슬한 바람도 살랑살랑, ‘고향의 골목’ 고샅이 사라진 지금 삶이 소살거리는 곳에 마실을 나왔습니다.
한병선작가가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습니다. 합죽선에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인고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아 ‘수묵(水墨)편지’를 띄웁니다.
작가의 손을 거치면 시나브로, 기억 속 풍경 위에 자유로운 터치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납니다. 작품들은 먹빛의 농담과 붓 터치, 그리고 구속받지 않는 물의 번짐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까닭에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음에 집착이 없으니 절로 매인 데가 없고, 매인 데가 없으니, 따라서 모든 것이 허허(虛虛)요 자재(自在)로군요. 청계수조(淸溪垂釣), 낚싯대를 드리우며 향기나는 하루를 만들기도 하니, 이 모두가 작품의 소재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에서는.
숲은 산들바람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을 한 번 우러러보니 바람에 실려 떠도는 너울 한자락과 햇빛 사이로 무지개 되어 떠도는 구름이 이제 막 흘러갑니다.
이 조그만 조각배 서신에 살듯한 정을 담아 이 계절이 다가기 전, ‘슬로시티’ 손 편지 한 통을 써서 당신에게 부치고 싶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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