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28일까지 2018 첫 번째 기획초대전 ‘황금의 기운을 담은 민화전’을 갖는다.
노인들 가운데 더러 어렸을 때 설날 대문에 붙어있는 세화(歲畵)를 봤던 기억을 갖고 있다. 세화는 ‘연말연초 길상벽사 행위에 사용되는 그림’이다. 새해에 집안으로 들어오는 나쁜 액을 막고 한 해의 안녕을 비는 뜻에서 대문에 그림이나 글씨를 붙이는 세 화 풍습은 조선말기까지 정월 세시풍속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라져버린 풍속이다.
적어도 1960년대를 전후한 시기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리는 집안에서는 지속되던 풍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해 아침에 대문에 그림이나 글씨를 붙이고 서로 선물하는 풍속은 이제 전시용 공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잊혀진 신년 풍속’이 됐다.
동양에서 ‘공간(空間)’은 단지 비어있는 곳이 아니라 ‘기운(氣運)’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문(門)’은 눈에 보이는 것들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의 통행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 ‘문(門)’을 통해 혹시나 들어올 수 있는 나쁜 ‘기운(氣運)’을 막기 위해 문에다 글씨를 써 붙이거나 그림을 그려 막아보려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초기부터 세화의 지나친 제작을 지적하는 기사가 여러 번에 걸쳐 나온다. 또 비록 후기의 규정이지만 ‘육전조례(六典條例)’에 의하면 매년 수 백장에 달하는 많은 양의 세화가 제작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비록 세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졌지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아직까지 볼 수 있는 풍속이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새해가 되면 문에 신도, 울루상을 붙이고 한 해 액막이를 한다. 또한 송축적인 내용을 담은 민간년화(民間年畵)가 활발하게 제작, 소비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서로 선물하고 붙였던 세화는 그려지는 내용에서 부터 주고받는 풍습까지 문화적 콘텐츠를 오롯이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더욱 더 이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시는 박수학, 김완순, 김영선, 김현미, 이영원, 안순영, 정은희씨 등이 참여한다. 무술년 황금 개띠해를 맞아 소박하지만, 파격적이며, 익살스럽고, 풍부한 작품들을 통해 기원과 위안, 그리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김완순관장은 “2018년 새해를 맞아 황금의 기운을 담은 민화전으로 미술애호가들을 만나게 됐다”면서 “무술년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친근감과 생기가 넘치는 기운이 교동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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