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종근의 행복산책

운장산 씨없는 곶감

한 줌 햇살, 한 줌 행복이 정성 어린 농부들의 손끝에서 태어난다. 씨 없는 곶감으로 이름 난 진안 정천면 봉학리 학동마을은 씨없는 곳감으로 유명하다.

본래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을 뜻하며 곶다에서 온 말이다. 된소리로 꽂감이라 하는 것도 꽂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볕에 두어 말린 곶감을 백시 또는 건시라 한다. 백시는 몸을 따뜻하게 보강하고, 장과 위를 두텁게 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해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며 목소리를 곱게 한다고 한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나면 안개가 잦아든다. 이때부터 곶감 건조가 시작된다. 건조기는 안 쓴다. 햇살에만 말린다. 햇살과 바람이 딱 맞아 떨어져야 좋은 곶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학동마을을 비롯 진안군의 운장산 일대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씨 없는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 예부터 씨 없는 곶감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부귀면·정천면·주천면에 대단위 곶감 생산 단지를 조성하면서 운장산의 씨 없는 곶감은 진안군의 특산품으로 자리잡았다.

운장산(雲長山)의 별칭은 주줄산주이산운장산(雲藏山)추줄산(崷崒山) 등이로,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정천면 봉학리, 부귀면 궁항리,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이는 신증동국여지승람·산경표·택리지등에는 주줄산(株崒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줄산(株崒山)’이란 명칭은 한자가 어렵기 때문에 지도 제작 과정에서 손쉬운 운장산(雲長山)’으로 바뀐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운장산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것은 조선 시대 정여립 사건과 관련이 있는 송익필의 자가 운장(雲長)이었던 데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송익필에 관련된 전설은 독제봉(운장산 서봉)과 오성대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송익필은 정여립을 체포할 당시 진안 현감 민인백과 같은 서인 계열이었다. ‘진안지에 따르면 산이 높아 항상 구름이 덮여 있다는 의미에서 운장산(雲藏山)이라고 한다는 기록도 있다.

상전면과 정천면 고랭지의 청정 지역에서 생산하는 떫은맛이 있는 생감을 완숙되기 전에 따서 껍질을 얇게 벗겨 대 꼬챙이나 싸리 꼬챙이, 또는 실에 꿰어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전통 제조 방법으로 건조시킨다. 건조된 곶감을 상자에 늘어놓고 밀폐된 상태로 두면 감이 완전히 건조되면서 표면에 포도당(글루코오스)의 흰 가루가 생기는 바, 이를 꺼내 다시 한 번 건조시켜서 상자에 넣고 밀폐해 두면 곶감이 되며, 건시라고도 한다.

처마엔 어김없이 붉은 곶감이 달려있다. 햇살 한 줌 탐이 나서 하늘에 손뻗어 움쥐었다. 시나브로 손 안에 든 햇살에 맑은 가락이 흐른다. 오늘 햇살 한 줌, 바람 한 점이 하늘담은 삶터에서 하늘닮은 당신을 하늘거리게 만든다.

 

 


'이종근의 행복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셉테드(CPTED)  (0) 2017.12.14
곶감  (0) 2017.11.28
양촌곶감  (0) 2017.11.27
전북 도민의 노래  (0) 2017.10.10
완판본 열녀춘향가  (0)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