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백제 건축의 진수 ‘치미’를 아는가. 부여 왕흥사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치미는 우아한 곡선미와 수려한 장식문양 등에서 백제 특유의 조형미가 잘 드러난다. 왕흥사 터 동승방터 남쪽에서 나온 백제 치미의 측면을 보면, 음각된 불꽃모양 장식선 사이에 정교한 백제스타일 연꽃무늬가 돋을새김으로 올려졌다.
백제시대 건축의 진수로 평가되는 6세기 경의 지붕 장식기와 ‘치미’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이 치미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백제 고찰 왕흥사터를 2013부터 2014년까지 발굴 조사한 결과 나온 것이다.
연구소 쪽은 당시 왕흥사의 승방으로 추정되는 동건물터 양끝에서 지붕에 올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치미를 각 1점씩 발굴수습한 뒤 복원, 공개하게 됐다.
왕흥사터 치미는 왕흥사지 창건 당시(577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마름모꼴의 틀 안에 연꽃, 구름, 풀꽃 등의 무늬를 새겨 외면을 장식했고, 위로 치솟는 꼬리 부분을 날카롭게 표현, 새가 꼬리를 세워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백제 치미는 새의 날개 모양으로 장식된 몸통 및 종대부는 활처럼 힘차면서도 그 선이 유연하다. 통상, 궁궐건축물의 경우 용머리 모양의 용두, 또는 독수리 모양의 취두 등이 있다. 이같은 용도의 기와로 고대건축물에서는 거대한 새의 꼬리를 형상화한 치미를 만들어서 올렸다. 그 치미는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서 그 크기도 다양하지만, 익산 미륵사지에서 발굴된 이는 그 거대함이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이는 버선코 같은 꼬리 끝과 함께 우아함을 도하고 있다. 깃의 44cm 높이에서 경사지게 상단과 하단을 따로 만들어 결합한 2단의 치미로, 동원 승방지 출토품이며 전체 높이는 99㎝다,
치미 후미 깃 끝마다 구멍이 뚫려 있다. 이같은 구멍은 꼬리와 배에도 있으며, 이는 치미를 장식하던 장식품을 꽂았던 것으로 보인다.
‘치미’란 사찰이나 궁궐 건물의 지붕의 용마루 양끝에 놓이는 일종의 장식기와로, 이를 지붕에 설치하는 것은 용마루 끝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한 장식적인 의미와 화재나 재앙을 피하기 위한 벽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부식이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 묘사한 대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절제와 균형의 미학을 신봉했다. 연꽃 무늬가 소담하게 겹으로 피어오른 와당과 허리선이 한없이 부드러운 제례용 기대 등에서 먼 옛날의 예술혼을 가슴 저리게 실감한다. 1400여년 전 백제 사람들은 그렇게 곡선을 사랑했다. 단순할 수도 있는 지붕 장식을 화려함과 위엄을 갖춘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백제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을 충분하게 엿볼 수 있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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