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연못의 연꽃은 불타오르는 연등이다. “세상 밖으로 나가볼까?”
대부분이 홍련인 이들은 보는 사람들이 있든 없든 초록빛 연잎과 속살을 서로 비벼대면서 속삭인다.
봄날의 벚꽃이 비 오면 지고 마는 일회용이라면 여름의 연꽃은 강렬한 태양아래 오래도록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아내는 꽃이다.
진흙 속에 고고하게 꽃을 피어내는 강인함이니 그 정도의 호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연꽃이 군락으로 늪을 이루고 있지만 함부로 넝쿨을 엮거나 헤프게 가지를 뻗지 않는 연꽃의 도도함. 결코 가까이 가서 만져보거나 희롱할 수 없는 품격이 있는 군자의 꽃일지니.
연못 중심을 가로지는 현수교인 연화교에 서서 넓게 펼쳐진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저절로 찾아든 상쾌한 기분은 하루 일과를 다시 시작하는 청량제다.
연꽃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며, 이슬 맺힌 청초함을 느끼기 위한 새벽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호수 절반을 채우고 있는 홍련은 붉디 못해 빨갛고 꽃밑을 바치고 있는 푸른 연잎은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가림막이다.
백제의 이 땅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연꽃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멋진 합창이 일제히 시작된다. 천 년의 세월을 품고 고고하게 핀 연꽃의 아련함으로 그렇게 천년의 시간을 오가면서 향기를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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