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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스토리

그림으로 만나는 한옥마을

 

 

'드러냄''드러남'의 차이를 아시나요?

 

'단단고송 재탑서(短短孤松 在塔西) 작고 작은 소나무가 외롭게 탑 옆에 서있네

탑고송하 불상제(塔孤松下 不相齊) 탑과 함께 있으니 더욱 더 작아 보이는 구나

막언금일 고송단(莫言今日 孤松短) 하지만 지금 작고 외로워 보인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송장타시 탑방저(松長他時 塔方低) 언젠가 소나무가 자라면 탑이 오히려 작아지리라'

 

이는 포장이 벗겨지면, 능력자는 실력으로, 악인은 더 추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드러남''드러냄'. 두 단어는 무언가가 보여진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하게 쓰입니다.

그러나 '드러냄'은 인위적인 요소가 포함됩니다. 의도를 가지고, 자신이 보여지도록 하는 것이 드러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잘 포장하고, 잘 홍보하고, 잘 드러내지도록 애씁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드러남' 보다 '드러냄'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우리 사회 속에도 들어왔습니다. 때론 자선도 그러한 차원에서 행합니다.

하지만 감추고 싶어도 감추어지지 않는 것, 이것이 '드러남' 입니다. 당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감동의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한옥마을은 드러남의 대명사입니다. 지붕같은 한옥마을의 사랑채에는 흰구름이 윤무하고 침실같은 대지와 출렁이는 바다에는 푸른 산과 꼬막 등 같은 사람의 집, 아름다운 물길이 있습니다.

세상엔 굽은 길이 있고, 곧게 뻗은 길도 있습니다.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는 길이 있고, 길 옆에 가기 전까지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한옥마을의 길을 향한 여정은 늘 이채롭고 더없는 유혹으로 손짓합니다. 그 길은 언제나 꽈배기처럼 이리저리 휘어져 있구, 한자락씩 마을의 풍광을 엿볼 수 있게 끔 돼 있어 매력 덩어리입니다.

문득 나를 돌아봅니다. 구불구불 지나온 길이 인생과 닮았나요. 살면서 숱한 수렁을 지나고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면서, 어쨌든 고갯마루에 서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이곳에 있게 한 지나온 길이 고맙고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면 속도를 망각한 채 기다리고 있는 고갯길 기행을 권합니다. 그곳에선 미움도 고통도 슬픔도 말갛게 치유됩니다. 산다는 게 아주 먼 길 가는 일이라고 버릇처럼 주억거리면서 오늘도 사람들은 쉴 틈 없이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을 터. 멀리 떠나도 길이요, 가까이서 소박하게 살아도 삶일지니.

이 세상 어디에 매양 변치 않는 길이 있으랴. 산다는 게 으레 그렇고, 또 그런 거라고 오래 믿어 두었지만, 정녕코 허다한 어느 길이 흘러도 변함없이 지난날만 같으랴. 바람도 흡족하게 쉬어가는 한옥마을에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사이를 수시로 넘나들며 사람이 곧 희망인 이유를 찾아볼 수만 있다면.

구비구비 흐르는 정(), 작은 산들 솟고 그리움 가득. 오늘따라 유난히 어린 시절 실팍하게만 느껴졌던 외할머니의 등판이 그리워집니다. , 떠나요.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이내 심신이 깃드는 태조로에서, 은행로에서 좀 쉬었다 가시구려.

서양화가 정인수, 서양화가 이택구, 한국화가 김성욱의 작품엔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며 꽃망울 속에 꽃들이 꼭꼭 숨어 있습니다. 게으르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신중하다도 해야 할까요.

그러고 보니, ~기 승암산 위엔 아직 흰 눈이 녹지도 않았습니다. 성격 급한 봄나들이객들을 위해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바지런히 꽃을 피워낸 경기전의 매화가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정인수작가의 펜(pen), 오붓한 펜(fan)

 

펜화의 멋을 아시나요? 옛 사람들은 그림 감상을 일러 '간화(看畵)', '그림을 본다'는 말보다 '독화(讀畵)', '그림을 읽는다'는 말을 썼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받아본 제자 이상적이 스승께 올리는 편지에서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음'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고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을 '읽는' 것과 '보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본다'는 것은 겉에 드러난 조형미를 감상한다는 뜻이고, '읽는다'는 말은 동양의 오랜 서화일률(書畵一律), 글씨와 그림이 한가락이므로 보는 방법도 한가지로 '읽는 것'이 됩니다.

정인수작가가 전주향교 은행나무, 경기전의 매화, 한벽당과 바로 옆의 요월대, 그리고 한옥마을 전경을 통해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꽃심을 지닌 땅, 전주'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전동성당, 경기전, 경기전의 매화 등 익숙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양의 대표적인 필기도구인 펜. 그러나 날카로운 펜 끝으로 동양의 멋을 그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얼키설키 우리네 황토를 구워 만든 담장 너머의 매화 가지 위에 휘영청 보름달을 띄웠습니다. 시나브로 가지 끝엔 걸린 달에 한 마리의 새가 둥지를 틀고 앉아 웃습니다. 이내 매화가 송이송이 피어나면서 탐스럼을 더합니다.

단색이 주는 아름다움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펜화는 붓과 달리 세밀하고 정교합니다. 흡사 수를 놓은 듯, 펜 끝에서 나온 가느다란 선은 작가가 무늬 하나하나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했음을 보여줍니다.

펜화를 그리기 위해 꼼꼼하게 살피는 작가의 섬세한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의 구석진 곳까지 알게 되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그가 우리의 것에 주목한 것은 천 년의 세월을 견딘 우리 문화유산을 그가 그린 펜화를 통해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보고 마음속에 각인 시키는 것. 그것이 그가 펜화를 쉬 포기하지 않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작가가 담아낸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 삶 속에서 세월의 나이테를 보여주는 곳으로, 무수한 선들이 겹치고 쌓여서 하나의 풍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내 기왓장의 묵직함, 은행나무의 향내, 처마와 대청의 정취, 정겨운 담장 등이 한폭의 한국화처럼 표현된 자리. 골목길 구석구석에 보석처럼 박힌 다양한 문화재와 소박한 서민들의 삶이 말을 걸어옵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즐기는 것이 최상의 삶이 아닙니까? 하지만 전주한옥마을이 상업화되는 것을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펜화는 모사(模寫)가 되지만 추억은 인생에 단 한 번 뿐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상처와 증오, 연민을 가슴에 안고 많은 시련으로 이어지는 낯선 곳에서의 방황이 정착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으나 펜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켰다고 실토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잎을 피우고 지기를 수백 년, 그렇게 묵묵히 소리 내지 않고 뿌리내리던 고목은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고통과 괴로움을 모두 받아들이며 전설을 남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지금 살아있는 정령(精靈)신화로 시작되는 만큼 무한의 기운을 함께 나누고 싶어 오늘도 작가는 한옥마을은 언제나 슬로시티요, 달팽이요, 안단테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언제나 이곳을 향하는 길목에서 반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배우면서 희망을 얘기하며, 한 박자 건너가는 마음을 통해 가슴에 쌓인 원한과 저린 기억마저도 저 멀리 몰아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입니다. 우리의 삶이 더 추락하고 황폐해지기 전, 전주 한옥마을의 하늘 닮은 향기로운 삶이고 싶습니다. 하늘 담은 꽃이고 싶습니다.

 

강은 벗이 되고, 길은 시가 됩니다.

별은 창이 되고, 달은 문이 됩니다.

꽃은 님이 되고, 물은 꿈이 됩니다.

 

작가의 펜(pen), 이제부터는 우리 삶의 오붓한 펜(fan)입니다.

 

김성욱작가의 천년 나무, 한옥에 물들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오고 있습니까?

내리는 비에 꽃은 젖어도, 꽃향기는 비에 젖지 않았는지 전주천 주변이 향기로 가득합니다. 꽃이 진다고 어찌 바람을 탓하랴. 그저 더 이상 향기를 맡을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할 뿐 차에 띄워 마시고 살겠습니다.

꽃이 진다고 어찌 슬퍼만 하랴. 머지 않아 그 자리에 꽃보다 어여쁜 열매가 다시 맺히는 것을. 물에 띄워 차라리 바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꽃이 핀다고 좋아하지 않으리라. 언젠가는 곧 지고 말 것을. 꽃이 진다고 이제는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곧 다시 피어날 것을.

당신은 지금 어디 만큼 오고 있습니까. 한옥마을 대청마루에 앉으면 지붕 위 솜털구름이 눈망울에 걸터앉습니다. 이에 질세라, 날렵한 처마 곡선을 훑고 지나는 산들바람, 승암사의 풍경소리되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화선지엔 천년의 세월을 지탱해온 나무들이 한옥과 어우렁더우렁 물들었습니다.

'천년나무-한옥에 물들다를 테마로 한 그의 작품은 향토적 분위기가 강하면서도 세속의 담담함을 풀고 맺힌 것을 풀어내는 듯, 유연한 필선의 유희와 맑은 바람과 함께 사방으로 나뭇가지를 퍼트리거나, 어린잎과 꽃잎들로 하여금 춤사위를 보는 듯한 율동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낫으로 가늘고 긴 낭창낭창한 왕죽을 한웅큼 베어 왔습니다. 합죽선에 돌 하나 올리고, 별 하나 얹고, 바람 하나 얹고, 시 한 편 얹고, 그 위에 인고의 땀방울을 떨어 뜨려 소망의 돌탑 하나를 촘촘하게 쌓았습니다. 하늘이 우리 선조들이 눈물을 너무 흘러서 파란색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진중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손을 거치면 어느 새, 기억 속 풍경 위에 자유로운 터치들이 부챗살 너머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납니다.

작품을 보면, 밤이면 밤마다 창호에 은은한 달빛이 스펀지처럼 새어들고, 별빛 한가득 쏟아지는 마당으로 내려와 돌담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거닐어보는데, 이에질세라 초대하지 않은 그림자가 동행합니다.

시나브로, 영혼은 하늘가에 올라가 있고, 삶은 지상에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가을 바람 꼬리 살랑살랑 흔들며 지나갑니다.

바람이 없어도 좋아요. 바람 되어 우리가 가는 겁니다. 바람개비를 만드는 어린 아이의 마음은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바람개비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지금도 살고 있는 까닭입니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알아버린 이 순간에 바로 나 이제 바람개비 만들어 달려갈거야. 그렇게 발효된 천년 세월의 꿈과 희망과 사랑이 영글어갑니다.

굵고 강한 필선은 황량한 들녘, 고목의 앙상한 가지들로 하여금 서서히 희망 바람 각양각색으로 푸지게 몰고 오며, 바람은 때론 흥겨워 춤을 추고, 때론 대놓고 웃기도 하며, 때론 숨어 울기도 하며, 때론 내 삶에 묻은 젖은 얼룩을 헹궈 메마르게 하는 등 밀고 밀리며, 쫓고 쫓기며 지나가지만 어느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한옥마을의 바람은 그렇게 어머니가 되어 나를 품고, 재 주위를 지나 표표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잘도 흘러갑니다. 바람은 한곳에 뭉쳐 머무르는 법이 결단코 없는 존재, 하지만 바람은 바라는 것, 곧 희망이 되니, 그래서 나의 바람은 멈춰 설 수 없습니다. 하늘 한 번 우러러보니 바람에 실려 떠도는 너울 한 자락, 햇빛 사이로 무지개 되어 떠도는 구름이 막 흘러갑니다.

한옥마을이 알록달록 꽃 물들어 파랑새, 기다림, 동행, 마중, 추억들은 된바람에 갈색으로 물들었군요, 한옥의 대청마루에 앉으면 지붕 위 솜털구름이 눈망울에 걸터 있고,

솟을대문에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십장생 한자리에 불러 모았으니 진시황도 부럽지 않네. 어느새, 송수만년 학수천년 무병장수의 꿈 영글어지는 오늘에서는. 별자리로만 날으는 새떼들이 하늘가 구만리 어둠을 뚫고 아득한 행복과 영생의 길을 터줍니다.

 

강물처럼 별빛처럼 흘러가라 하네.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다가라 하네.

산길처럼 들길처럼 걸어가라 하네.

햇살처럼 물결처럼 지나가라 하네.

 

작가가 전하는 천년나무-한옥에 물들다’, '바람-한옥에 물들다' , '바람-나무에 물들다' 희망 비나리입니다.

 

이택구의 한옥마을 풍경 연작

 

한옥마을 안에 역사가 숨쉬는 문화재, 막힘없이 흐르는 물길과 고샅을 작가의 애정 어린 눈과 섬세한 손을 통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갈무리했습니다.

그가 그림으로 마름질한 세상, 그 속에서 조금은 괴로운 현실을 잊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오히려 더 강하게 이를 깨부수고픈 욕구를 다져보게 됩니다. 화가란, ‘이끼 낀 섬돌에도 꽃을 피우게 하고, 천년된 나무의 잎에도 새 싹을 틔우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전주의 특산물 중의 하나인 전통 한지 특히, 장지 위에 먹과 혼합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황금빛 논, 나지막한 한옥마을의 기와집, 오솔길, 아담한 한국의 산야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하늘 등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적 소재를 선택해 수평적 구도로 서정적인 풍경 연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도록 은은한 먹빛과 황토빛이 자연스럽게 번진 바탕 위에 그린 한옥마을의 풍경은 어디선가 본적 있는 풍경 같기도 하고, 한국고전 전래동화 속에 나오는 상상의 한 장면 인 듯도 합니다.

화면 위에 잔잔하게 흐르는 고요함, 소박함, 경건함과 단순함은 작가의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첫 번째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소박하면서도 세련미와 조형미를 갖춘 그의 고요한 풍경 연작은 옛 선비들의 수묵 산수화에서 느껴지는 자연미마저 풍겨 나옵니다. 누군가는 전주 한옥마을이나 생활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등장시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복고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고 말합니다.

한옥 등 등 직.간접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전통적인 대상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인의 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자연친화적 풍경을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단아한 구도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마음속에 묻혀있는 상징적 고향에 대한 정서를 형상화 시키며 현대인의 탈문명의 정서를 은근하게 자극합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길 위에서

길이 시작되고

길이 또 끝이 나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요,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요.

 

그한옥마을의 길 찾기는 어쩌면 미로인지 몰라요. 하지만 길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길이 됩니다. 그가 통과하기 전, 거기에 길은 본래 없었지만 당신이 지나가는 모든 곳이 길이 됩니다.

지금. 작가의 작품을 한 번 바라보세요. 한옥마을에선 너무 힘내서 뛰지도, 너무 오래 멈춰 있지도 말아요. 걷다 보면 언젠가, 무언가 이뤄질 날이 오겠지요. 앞서 가야 한다는 말보다 힘이 됐던 것은 그저 걸어 가라는 말에 아닐런지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길은 끝나고.

 

오늘 또 다시 뚜벅뚜벅, 한옥마을을 다시 걸어야겠습니다.

 

짙게 드러워진 겨울 밤, 황금빛 태양을 잔뜩 머금은 전주천 등 작품마다 오롯이 솟구치는 세월의 파편들을 생각하면 잠시나마 치열하게 살고 있는 오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합니다.

 

어디 하늘에만 별이 뜨는가요? 별 없이도 바다는 별밭, 별천지입니다.

 

함께 흘러 주어서 고마워요

함께 건너 주어서 행복해요

함께 견뎌 주어서 감사해요

 

윤슬처럼 살고 싶습니다

 

자그만 전주천이 총총한 별에 의지하고 살붙이 생명들이 별빛을 배고 수초 아래서 곤히 잠을 잡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사는 세상에, 누군가에게 하늘을 닮은 사람, 그 사람 가운데서도 하늘의 기운을 듬뿍 담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늘닮은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어느 새 하늘을 닮게 됩니다.

작가가 말합니다. 한옥마을을 그리워하면 한옥마을을 닮은 사람이 된다구요. 하늘을 그리워하면 누구나 하늘을 닮은 사람이 되지 않나요.

하늘닮은 사람은 구름담은 하늘에 자신의 마음을 두고 살므로 삼백예순다섯날이 아름답습니다. 하늘 같은 사람이 곧 하늘을 닮은 사람입니다. 하늘을 닮아가므로 몸도 자연스럽고, 숨도 자연스럽게 쉬고, 맘도 자연스러워 본래대로 살아갑니다. 하늘담은 물빛 아래로 하늘닮은 당신의 모습이 햇살처럼 떠오르고, 그 눈빛이 별빛처럼 달빛처럼 빛납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하늘 빛깔을 담아 언제나 작가의 작품처럼 담담합니다. 사랑의 시선은 서로 마주보는게 아닌, 같은 곳을 보게 만들게 합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랑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흐르는 강물을 잡을 수 없다면, 바다가 되어서 차라리 기다리는 삶을 실천합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세상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 줄 내 옆에 사람입니다.

하늘닮은 사람은 곁에 있어도 늘 그립게 맘들고, 그리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해질 무렵, 전주천 징검다리와 섶다리 위로 부서지던 햇살이 작가의 그림 속에 그대로 멈춰버린듯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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