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독립기념비’가 해방 후 남한에서 세워진 독립운동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증언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영환(전 전북도지 편찬위원)씨는 그동안 전북 도정의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혀졌다며, 이를 통해 전주는 예로부터 민족의식이 투철한 곳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1945년 11월 15일 일재의 잔재인 ‘봉안전’ 자리에 세워진 독립기념비는 배운석(전 전주고등학교장), 최한규, 이병기씨가 교회 선교활동 등을 목적으로 활동했던 청년결사대가 세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전씨의 증언이다.
그러나 이같은 독립기념비가 왜 전주초등학교에 들어서게 됐는지, 당시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금했는지, 비를 만드는 데 참여했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어 앞으로 선행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비 앞면에는 ‘독립기념비’라는 글귀가, 옆면에는 ‘단기 4천2백78년 11월 15일 ’이라는 글귀가 한문으로 쓰여졌을 뿐 여타의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독립기념비’를 쓴 사람은 전서의 형태로 보아 김제출신의 설송(雪松) 최규상(崔圭祥, 1891-1956)이라는데 거의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글씨체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해서가 아닌 전서로 쓰여 졌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이 기념비에 전서를 사용한 것은 후대인들에게 삶의 지표가 되고, 자신을 뒤돌아 오는 계기가 되라는 의미에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은 한국인들을 충실한 일본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각 학교에 일본 천황의 사진을 보관하던 ‘봉안전’을 세우고, 이 앞을 지날 때마다 경례를 하도록 강요했다.
‘어진영’이라고도 하는 ‘봉안전’은 학교마다 배치돼 학생들이 일본 천왕의 얼굴을 기억하게 하고 일본 식민주의 정신을 교육하는 데 이용됐으며, 봉안전에 경례하는 것을 게을리 하거나 이를 해하게 되면 형법상 불경죄로 처벌받았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의 일본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후 1945년 11월 15일 대한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바로 이 ‘봉안전’이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 남한 최초의 독립기념비가 세워진 것이다.
전영환씨는 “전북도청에서 근무하면서 전라북도의 역사를 반추하다가 해방 후 최초의 독립기념탑이 전주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며 “일본의 군국주의 교육의 산물인 봉안전 자리에 탑을 세운 것은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기념비 주변에는 일제의 정원석 4기(지성원, 대화원, 인애원, 충효원)가 있었으나 전주초등학교가 교육적인 차원에서 전주역사박물관에 기증, 이를 알리는 안내판으로 대신했다. 새전북신문이종근기자
2015년 5월 14일 오후 전주초등학교 교정에서는 독립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전주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독립기념비’가 낡고 허름한 부분을 고치면서, 말끔하게 새 단장을 마친 것.
14일 오후 독립기념비가 자리 잡은 전주초등학교 교정에는 학교 관계자 및 지역인사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제막한 ‘독립기념비’는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 세워진 독립운동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독립기념비 계단 부분 등 일부 시설물에서 노후화 과정이 지속됐으며, 훼손된 주변 환경에 대한 개·보수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고 밝혔다.
이에 2014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북도에서 사업비 2.000만원을 지원받아, 주변 환경을 개선해나가면서 페인트 보수작업과 기념비 관련 안내판 등을 새로 설치했다.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장은 “일제는 요배소 터(지금의 독립기념비 자리)에 돌로 몇 단의 기단을 쌓고 그 위에 조그만 집 형태의 봉안전을 지었다”며, “이 안에는 일본 천황의 사진을 걸어놓고 학생들이 등교하면 가장 먼저 이곳을 향해 3번 손바닥을 치면서 예를 올리고 통과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1945년 독립이 되자 나라 잃은 슬픔과 고통을 수반한 봉안전이 철거됐다”면서 “그 자리에 전국 최초로 독립기념비를 세워 우리 지역의 민족의식과 독립정신을 널리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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