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포내리는 덕유산에서 내려와 적상산의 품에 안긴 마을이다. 시월이면 단풍 물결이 여인네의 붉은 치마처럼 타올라 뭇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그들은 무주의 한 귀퉁이에서 들꽃처럼 살아간다. 8개 마을은 오래된 이웃 사촌이다. 품을 팔고, 기쁜 일, 슬픈 일을 나눈다. 포내리 가운데에 보건진료소가 있는 바 박도순씨는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포내리가 고향인 작가는 국민학교와 중학교 분교를 오가던 열다섯 살 소녀가 삼십 년 후 그곳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10일부터 12일까지 전주 사진공간 눈에서 전시를 갖는다.
그녀는 보건진료소장이기 보다 고향 어르신들의 딸이요 며느리이자 이야기 벗이기를 자청했다. 모두가 친구의 아버지요 어머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삶 자체가 작가에겐 교훈이 되고 가르침이 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들은 언제나 상처를 입으면 달려오고, 배가 아프면 달려오고, 열이 나면 새벽에 현관문을 두드린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의 가슴 저린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기억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았고 그들의 깊은 삶의 이야기를 한 컷 한 컷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험난한 골짜기 같은 주름살은 살아낸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인생의 훈장이 아닐까, 아픔도 기쁨도 일시적이나 삶은 오늘도 계속된다. 거듭된 희락보다 아픔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은 상처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삶은 나에게 교훈이 되고 가르침이 되었다. 나이를 넘어 친구가 되었고, 며느리와 딸이 됐다. 신(神)이 조각하고 빚어낸 ‘포내리 사람들은 삶으로 말한다. 가슴 저린 기억이 특별한 의미로 남는 것, 험난한 골짜기 같은 주름살은 살아낸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인생의 훈장이 아닐까. 아픔도 기쁨도 일시적이나 삶은 오늘도 계속된다. 거듭된 희락보다 아픔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은 상처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개 바람이 부는 포내리는 겨울이 와도 분주하다. 생명 잔치가 끊이지 않는 포내리. 오늘도 저자는 가운을 입으며 그들을 기다린다. 삶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기 마련이어서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비약할 수밖기에.
작가는 괴목국민학교를 다녔고 도시로 나가 간호사가 되어 포내리로 돌아왔와 진료실에서 이십 년 넘게 만나온 어르신들의 삶과 간호 현장을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란 책에 담았다. 건강한 농촌, 건강한 보건의료와 간호를 꿈꾸는 작가는 때론 덕유산의 구름에 안기기도 하고 단풍 바람에 달아오르기도 하며, 때론 적상호의 불타는 여명에 마음이 그슬리기도 한다.
충남대 보건대학원을 졸업,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무주군청 MPF(Muju Photo Family) 회원 등으로 활동, 프로페셔널 사진 작가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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