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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박남재초대전

 

 

 

 

 

 

 

 

  전주의 갤러리 '누벨 백'이 1일부터 29일까지 박남재 화백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바다의 풍광을 비롯, 눈앞에 낯익은 다양하고도 생생한 풍경들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한국의 대표 구상 화가이자,  지역 화단의 거목 박화백은 대담한 원색의 붓질로 강렬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되, 독창적인 색감과 분방한 표현력으로 일관되게 구상의 길을 걸어온 당대의 대표적인 작가. 즉,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접근 방식은 인상주의적인 근대성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 회화의 열린 형식과 그 성과를 널리 수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상성 위에 추상성을 더하고 횡단하면서 군더더기들을 제거하고, 자연의 생명과 은유를 함축, 구상 회화의 서정미와 추상 회화의 절대미가 한 화면에 공존케 하고 있다. 작품들은 언제나 비구상과 구상 사이를 수시로 넘나들면서, 구상 회화의 서정미와 비구상 회화의 절대미가 한 화면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 나날이 푸르러 가는 하늘과 맞닿은, 더도 덜할 것이 없는 '천의무봉' 김제평야.  지평선이 아득하게 바라다 보이는 들녘에 찬바람이 불 때마다 천천히 출렁이는 샛노란 물결.  들녘을 가르는 도로 옆, 흰색, 자주색, 연분홍색 코스모스 꽃길이 끝간데 없이 펼쳐지면서 가을의 여정은 풍요로움 그 자체로 다가온다. 삼라만상 모두가 기다란 이 시름 덜고, 저 널따란 어머님 품 속과도 같다.
  '김제의 들'과 '용진의 하늘'이란 작품을 통해 우리네 정서와 마음을 넉넉히 읽게 한다. 운봉의 소나무는 한국인의 심성 자연 그대로이며, 지리산의 마천 뒷쪽 하늘은 시선을 한껏 끌어당기면서 물아일체를 넘보게 한다. 또 '적벽강'과 '세느에서'는 손에 잡힐 듯 편안한 풍경으로 시선을 갈무리한다. '지리산 달궁', '전주 중인리 복숭아밭', '강천설'에는 태고적부터 있어온 그리움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빛깔로 다가오면서 발꿈치를 서성이게 만든다.
 이윽고 쓰러진 폐선 위로 한낮의 햇볕이 따사롭게 이글거린다. 아득하니 그어진 수평선 너머로 바람결에 묻어오는 갯내음을 벗하다 보면, 어느 새 심장 한 부분을 도려내는 듯 쭉쭉쭉 푸른 물감을 짜낸다. 갈매기들의 울음과 뱃고동 소리에 이별의 회한을 뒤로 한 채, 커피 한 잔을 타 마시면 얼음 녹듯 사라져 이내 삶의 무게가 솜털처럼 가벼워진다. 그리운 것이 어디 그대뿐이겠는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그리움 사람들, 감은 눈 속에서 생겨나는 그리움과 멀리서 손짓하듯 나타나는 기억들이 가슴에 밀려온다.  작품들은 흐르는 강물을 잡을 수 없다면, 차라기 바다가 되어 기다리라고 종용한다.
 지리산, 강천산 등을 답사하면서 그려낸 풍경들은 풋풋한 흙내음과 건조한 공기, 맑고 쨍한 하늘, 흙벽과 밭고랑, 그리고 잡목들의 산뜻한 대비 속에 섬세함과 세련미가 융숭한 까닭에 원로 화가의 농익은 창작혼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전주 중인동의 아리따운 복숭아꽃,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주는 대둔산 계곡, 은백의 설원이 펼쳐진 운장산의 겨울,  변화무쌍한 노을 등 한국의 사계가 이처럼 화면을 압도한다. 때문에 작가의 캔버스엔 우리네 산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일출의 휘황, 낙조의 애수, 사계의 질서가 한데 어우러지고 전진과 후퇴, 영예와 치욕, 환희와 비애의 이야기들이 도란도란 밀어를 속삭인다. 네모 난 캔버스에 일렁이는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넘쳐나는 작가의 청정 도량이요, 마음의 텃밭이다. 꿈을 담는 든든한 그림 수레에 다름 아니다. 가슴에 일체를 어우르는 맑을 사, 코발트빛 하늘 한 점 한 점을 들여 놓기 위한 살붙이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에서는.
 작가는 “요즘들어 소나무를 통해 우리네 고유한 정서를 반영하고자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들어 지리산 등 답사를 통해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전념, 작업한 결과물인 만큼 더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누벨 백 최영희 관장은 "거장  박남재화백의 압도하는  기운과  내공이 생명의  에너지로  승화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과 충만함을 주고 있다"며 "관람한  후에도 그의 작품들이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순창 출신으로, 6.25한국전쟁으로 인해 서울대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조선대 미술학과를 졸업, 원광대 미대 교수로 활동하다가 1998년에 퇴임, 목우회 최고상, 전북 문화상, 목정문화상,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유원건설, 장기신용은행, 전북은행, 우석대, 원광대, 광한루 춘향기념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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