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과 임진왜란 당시 왜와 전투가 벌어진 남원교룡산성공원의 시비를 찾아
남원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예술이 생생히 숨 쉬는 유서 깊은 고장으로 풍부한 문학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만복사저포기, 춘향전, 흥부전, 변강쇠전 등이 남원을 무대로 한다. 특히 춘향전은 남원의 이미지로 전국에 각인돼 있다. 이번 답사는 사랑의 도시 남원의 수호성인 교룡산 국민관광지에 건립된 시비들을 찾았다. 장마비가 흩뿌리는 전주 남원 간 17번 국도를 따라 교룡산으로 향하니 만인의총 잔디밭에 ‘오늘이 오늘이소서’ 노래비가 비에 젖어 있다. ‘오늘이 오늘이로서’가사는 김천택의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일반평민들이 평안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부르던 노래가사로 추정된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후손들이 단군을 모시는 사당을짓고 추석에 제례를 올리며 매일의 평안을 빌며 이 노래를 부르다가 1988년 남원 광환루 원에서 귀향 음악회를 열었고 이때 노래의 발상지인 남원에 돌려주는 전수식을 가졌다고 한다. 남원문화원이 이 노래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기 위해 1995년 만인의총 잔디 광장에 ‘오늘이 오늘이소서 노래탑’을 세웠다.
'오나리 오나리쇼셔/ 매일에 오나리쇼셔/졈그디도 새디도 마랴시고/ 새라난/ 매양댱식에 오나리쇼셔(‘오늘이 오늘이소서’ 전문)'
교룡산 국민관광지는 1987년 교룡산 일대의 부지에 조성한 관광지로, 해발 518m인 교룡산을 중심으로 공원이 꾸며져 있다. 산능선에는 백제시대에 최초 축성한 교룡산성(전라북도 기념물 제9호)이 있고 그 내부에 685년(신라 신문왕 5) 창건된 선국사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말과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와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원에는 산책로, 야영시설, 체육시설, 민속전시장 등이 있다.
산성 일대는 교룡산국민광광지로 남원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먼저 김삼의당(金三宜堂)시비가 반듯하게 자리잡고 있다. 김삼의당은 조선 후기 남원 출신의 여류 문인. 삼의당 김씨는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같은 사대부가의 여인도 아니고, 황진이나 이매창 같은 기녀도 아니었다.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여염집 여인으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전원의 풍치를 담아 260여 편의 한시와 산문을 남겼다. 삼의당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지 200년이 지난 1930년에 광주에서 <三宜堂稿(삼의당고)>가 출간됐다.
'대방성 위의 달은 눈썹 같고/대방성 아래 꽃은 흐드러졌네/피었다 시드는 꽃 나는야 싫어/기약하고 오는 달 부러워하지(시비 전문)' 김삼의당의 교룡산성 시비외에 그녀가 살았던 마을 로 추정되는 남원시 향교동 유천마을에도 주민들이 마을 회관옆에 시비를 세웠다. 또 교룡산 관광지에는 남원군 수지면 호곡리 출생으로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문장대>당선, 원광대 교수역임 박항식(朴沆植,1917.9.7-1989.1) 박사의 시비가 2000년 5월 13일 건립됐다. 박항식의 <도라지 꽃>을 감상해본다. '청산을 사랑에 눈뜨게 한 도라지꽃 피었네 // 청산을 반만 취하게 한 한들한들 도라지꽃 피었네 청명한 가을날 // 풀 푸른 내 고향 뒷산에 이뿐 고집으로 도라지꽃 피었네'
만오 방원진(房元震) 1577-1650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시골선비로 양대박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그가 62세에쓴 작품을 감상해보자. '대집 삼간을 짓고 못파 연을 심거 취엽경파의 만향이 어뢴 저긔 거문고 한닙소리를 알리 업서하노라// 연화이오 또 연화를 다시곰 것거주여 주렴계 애련설을 맛드려 닐러보니 천고애 가업슨 뜻을 알리 져거하노라// 무숙을 꿈에 만나 애련설을 물어보니 적막천년에 내 ㅂ듯들(뜻을) 뉘아더니 맛초와 군자를 맛(만)나니 내뜻 알까하노라<'애련곡' 전문)'
이밖에 관광지 음수대에는 이몽룡의 ‘어사시’와 춘향의‘옥중시’가 새겨져있다.(金樽美酒 千人血, 玉盤佳肴 萬姓膏. 燭淚落時 民淚落, 歌聲高處 怨聲高) 가끔 오늘날의 정치에도 비유되는 내용으로, “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로 담근 것이고, 옥쟁반에 올려진 맛있는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을 짜 만든 것이라. 촛대 흐르는 촛물은 백성들의 눈물이요,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 소리 높더라”는 뜻이다. 빗줄기 속에 둘러본 남원의 문학비는 이외에도지난번 소개한 덕과의 ‘호암시비공원’ 오리정의 ‘성춘향 옥중시비’ 그리고 사매면 노봉에 ‘최명희문학비’ 춘향테마파크에 ‘춘향소재시비단지’ 흥부전발상지인 성리마을에 ‘김소월시비’가 있다. 또 지리산 능선위치한 정령치 ‘이원규시비’ 강희맹의 ‘내고향’,최익현의‘천왕봉’ 문동도의‘지리산’ 원응 스님의‘천왕봉상조경장관음’등이 문화예술의 고장 남원의 문화재가 되어가고 있다. / 양규창 (시인.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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