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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창문학비

서정주시비

‘메르스’ 확산 공포에 아우성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예방이니 집을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초여름 폭염에 비만과의 전쟁중이라 작전수립이 간단치 않다. 고창에 가면 풍천장어와 복분자주의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고창에는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근대의 동학농민혁명의 발상까지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접할 수 있는 고장으로 굵직굵직한 문화유산들이 도처에 산재해있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동양최대의 고인돌 군락지, 구름속에 참선한다는 선운사,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전봉준, 판소리를 정착시킨 신재효, 그리고 미당 서정주(徐廷柱, 1915 - 2000)가 있다. 올해가 미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미당은 학창시절 누구나 암송했을 ‘국화옆에서’의 시인으로 기억된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쪽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개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국화 옆에서 >전문

 

흥덕 교차 지점을 지나 신록에 빨려들다 보니 도립공원선운사다. 먼저 일주문 쪽으로 1974년 고창 라이온스클럽에서 건립한 미당 서정주 시비를 찾아 시비에 표기된 대로 감상해본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선운사 동구> 전문

 

옛날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막걸리집을 찾았지만 이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뻘쭘 해 했을 미당의 심정을 알만하다.

미당은 1915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출생했다.

그의 호 미당(未)은 ‘덜 된 집’, ‘늘 소년이려는 마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고 부안 보통학교를 거쳐 서울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광주학생운동 주모자로 퇴학을 당한다. 그 후 석전 박한영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가 동국대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에 입학한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그 무렵 김광균·김동리·오장환 등과 잡지 <시인부락>을 창간하고 편집인 겸 발행인을 맡았다. 해방 후 순수문학의 기치를 내걸고 우익 성향의 조선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하여 좌파 계열의 조선문학가동맹과 대결을 한다. 이후, 서라벌예대와 동국대학교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왕성한 문학 단체 활동을 하게 된다.미당은 약 70년의 창작기간 동안 한국시사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처녀시집 <화사집>부터 83세에 펴낸 마지막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까지 총 15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천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쓴 현역 시인이었다. 미당은 우리말을 다루는 천부적인 감각과 전라도 사투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시 언어로 한국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일제말기 조선인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시와 글로 친일 행적을 남기고 군부 독재 치하에서의 행적으로 역사적 현실인식의 부족을 지적받기도 한다.

그의 생가 선운리에 개관한 <미당시문학관>은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리모델링하여 2001년 가을 개관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당 시 전집 발간 등 그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문인들이 뜻을 모아 금년 초 ‘미당문학회’가 결성되었다.

이밖에도 고창에는 1981년 고창문화원에서 건립한 가사는 전하지 않고 제목과 유래만 高麗史樂志, 增補文獻備考 등에 전하는 <선운산가>의 비(碑)가 선운사 입구에 있다.

고창읍 신재효 고택의 <동리가비> 고창무장 사거리와 상하면 송곡리에 <진을주 시비>등이 있다. (양규창 / 시인. 전라북도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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