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스토리

전북곳곳에 산공부 시즌

 

 

 

 불볕 더위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이번 여름에도 지리산, 익산 심곡사 등 도내 곳곳마다 어김없이 전통예술의 정취로 가득할 것 같다. 바야흐로 산공부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래저래 답답하기만 한 이 여름에 더위 식히는 적어도 국악인에게 여름은 평소 부족했던 기량과 공력(功力)을 채우는 이른바 ‘산공부(독공)’의 적기로 꼽히고 있으며, 이들에게 산공부는 ‘평생 먹을 농사를 짓는다’고 할 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산공부’판소리 가객들이 득음을 하기 위해 토굴, 또는 폭포 앞에서 하는 발성 수련법의 하나로, 과거엔 학습 10년, ‘독공(獨功)’ 10년, 유람 10년 등 30년의 세월을 투자해야 비로소 한명의 명창이 거목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에게는 1년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보석 같은 시간이다.

‘산공부’는 예부터 판소리 가객들이 득음을 하기 위해 토굴, 또는 폭포 앞에서 하는 발성 수련법의 하나로, 송홍록명창은 공동묘지에서 귀곡성을 얻었고, 권삼득명창은 마을 뒤편 조그만 바위 굴과 완주의 위봉폭포에서, 거적을 두르고 비바람을 막은 채 오로지 소리 공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또, 1200여년 전에는 거문고의 대가였던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雲上院)에 들어가 50년 동안 공부하며 새로운 곡을 지었으며, 가왕(歌王) 송흥록이 공부한 남원의 백운산과 지리산 일대, 이날치와 정정렬이 공부한 익산의 심곡사 등이 유명하며, 부안의 월명암도 해방 후에 명창들이 자주 찾았던 곳이다.

 

 

 

 

 


 성준숙(민소완, 전북도 문화재 적벽가)명창은 8월 1일부터 15일까지 지리산 계곡(진주방면)에서, 조소녀(전북도 문화재, 춘향가)명창은 모악산 입구, 자신의 판소리 연수원에서, 박양덕(전북도 문화재, 수궁가)명창은 운봉읍 권포리 운상원 소리터에서 제자들을 각각 지도할 계획이다. 또, 조통달명창은  미륵산 자락의 끝자리에 위치한 전수관에서 교육을 할 예정이고, 이일주명창(전북도 문화재, 춘향가)은 완주군 동상면 위봉폭포 자락의 난석전수관에서 제자들의 산공부를 도울 예정이며, 송재영명창은 지리산으로 갈 계획으로 장소를 섭외중에 있다.
 임화영명창은 30일 부터 15-20일 동안 20 여명의 제자와 함께 국창 정정렬선생이 독공한 익산의 심곡사에서 산공부를  가질 예정이며, 전주생명과학고는 13일부터 17일까지 진안군 백운면 대광수련원에서 ‘2015 여름방학 국악굿(GOOD)캠프’를 갖는다.
 하지만 산공부를 문화관광자원화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해 아쉽다. 전국의 소리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리산 뱀사골과 동편제의 발원지로 명창들이 득음한 구룡계곡 소리길, 구룡폭포, 무주 칠연계곡, 순창 비룡폭포, 장군폭포 등 강천산계곡, 예향천리 마실길, 그리고 아름다운 순례길과 서로 연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함에도 불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전북 도내엔 익산 심곡사,  완주 위봉폭포, 고창 직소폭포, 고창 방장산 계곡, 순창 회문산 계곡 등 '득음(得音)' 명승지가 수두룩하지만 산공부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전국의 소리꾼을 유치, 전북이 자타공인 판소리의 고장임을 널리 부각시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소리꾼들이 극소수인 만큼 경비 일부를 관계 당국에서 지원해주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임화영명창은 “정정렬명창은 익산 심곡사를 비롯,  충남 홍산 무량사, 공주 갑사 등이 소리를 수련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며 “매년 이맘때면 소리꾼들은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 그 동안 못했던 소리 공부에 열중하면서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갖는 만큼 정서적으로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이종근기자


사진은 익산의 심곡사에서 산공부를 하고 있는 임화명 명창과 그 제자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