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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진안 내오천 마을숲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벚꽃으로 뒤덮이는 계절입니다. 산벚꽃과 어린 새순이 이루는 빛깔은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놓고 있습니다. 봄의 향연은 우리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진안 방향으로 출·퇴근하시는 분들은 행운입니다. 4차선 도로인 보룡재 말고 모래재나 곰티재로 여유를 갖고 출·퇴근하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곰티재는 아직도 비포장도로여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언제가 최창조 선생님은 곰티재 길을 함께 걸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그 길을 걷는다면 자연 속으로 빠져 들 것 같습니다.
벚나무 이름은 산벚나무를 비롯하여 왕벚나무, 개벚나무, 올벚나무, 좀벚나무, 실벚나무, 털개벚나무, 개버찌나무, 산개버찌나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 왕벚나무는 제주벚나무라 부르며, 벚나무라 부르지 않고 버찌나무라 부르는 것은 벚나무 열매 이름인 ‘버찌’에서 따온 말입니다. 즉 ‘버찌’는 ‘벚나무의 씨’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산벚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벚나무인데, 잎과 꽃이 거의 같은 시기에 피는 반면 다른 벚나무는 일반적으로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그래서 매우 화사하게 꽃이 피는 것입니다. 벚나무 여러 이름 중 올벚나무는 이름 그대로 꽃이 다른 벚나무보다 조금 일찍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벚나무 중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벚나무는 왕벚나무입니다. 일반적으로 벚나무를 정확하게 구분하면서 벚꽃을 구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요사이 일반적으로 가로수로 심고, 벚꽃 축제를 하는 곳의 벚꽃은 화려한 왕벚나무입니다.
일본 국화(國花)는 벚나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왕벚나무로 뒤덮이는 상황은 개운치 않은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일본 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 벚나무 즉 왕벚나무이니 상관없다는 견해를 밝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벚꽃하면 일본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벚꽃은 일본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벚꽃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도 무시 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진안지역 마을숲을 조사하면서 아주 특이한 마을숲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진안읍 내오천마을에서 벚나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오천 마을을 여러 차례 다녔지만 발견하지 못하다가 벚꽃 필 무렵에 우연하게 발견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내오천 마을은 마을 앞으로 내가 흐르고 주변에 머귀나무가 많았는데 이는 오동나무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머귀나무’의 발음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머우나무’라고 부릅니다. 주변에 천변이 있어 ‘머우내’라 부르다가 이를 한자화 시킨 것이 오천(梧川)입니다. 내오천 마을은 그래서 ‘안머우내’라 부릅니다. 내오천 마을은 천주교 교우촌입니다. 현재 공소(公所)는 창고로 쓰이고 있지만 과거 공소 예절을 지냈던 모습이 선연합니다.
내오천 마을 입구에는 순두부로 유명한 오천 순두부 집이 있습니다. 유홍준의『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언급되고 있는데, 실제로 가면 모두가 만족하는 순두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입구에 작고 예쁜 오천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요사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이루기 위하여 학교공동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려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교입니다.
내오천 마을숲은 마을입구와 뒤쪽에 위치합니다. 마을입구는 북향으로 방풍림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마을 뒤쪽 마을숲은 수구막이 역할을 합니다. 마을입구와 뒤쪽 마을숲 수종은 대부분 느티나무입니다. 그런데 마을입구에는 고목이 된 몇 그루의 벚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봄날에 내오천 마을숲은 화사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마을분께 왜 벚나무를 심게 되었냐고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벚나무인줄 모르고 심은 것이며 마을사람들도 나중에야 벚나무인줄 알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마지막으로 핀다는 진안 벚꽂은 이번 비바람에 떨어지면 내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작년 이맘때 쯤 영문도 모르고 떨어진 여린 꽃들은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올 봄에 내리는 비바람은 유난히 구슬픕니다./이상훈 마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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