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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마을숲

경남 배양 마을숲

 

 

 

 

 

 봄볕이 너무 좋은 계절입니다. 남도에는 이미 산수유, 복숭아, 매화꽃이 노랑과 분홍 그리고 하얀 색이 뒤섞여 봄 빛깔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봄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 합니다. 봄의 시작일은 천문학적 계절 구분인 24절기로는 입춘(2월4일)이고, 공식적인 월별 계절 구분으로는 3월 1일이라고 합니다. 기상학계에서는 사람의 감각에 맞게 계절 시기를 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병설 전 서울대 교수는 하루 최저기온이 0도이고 평균기온이 5도 이상 된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아직 봄은 오지 않은 셈입니다. 권재일 기상청 연구원은 “들쑥날쑥한 봄 날씨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적용해 1974-2011년 봄의 시작 일을 평균해 보니 3월 11일로 계산됐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한겨레신문. 2015.3.20.일자) 봄이 왔는가를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기체인 자연이 스스로 찾아올 때, 그 기운을 느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가족과 산청군 남사예담촌(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장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일컫는 곳입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남사예담촌은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대표적인 전통 한옥마을입니다. 봄볕을 쐬려 제법 많은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이며 전통한옥이 자연과 잘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나, 실은 ‘담장 너머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남사예담촌은 수룡 머리인 마을 앞 당산과 암룡의 머리를 한 니구산이 서로의 머리와 꼬리를 무는 '쌍룡교구'를 이루는 곳에 연꽃 모양의 산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마을이 반달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물이 빠져 나가는 수구(水口)지점에 마을숲이 위치합니다. 현재 하천변에 상수리나무가 있으며 최근에는 소나무 숲을 조성하여 보강하였습니다.  배양(培養)마을(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소나무 숲을 찾았습니다. 단성 나들목에서 나오면 오른편에 있는 목화시배지가 있는데, 그곳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배양(培養)이라 불린 것은 문익점 선생의 면화사적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기에서 배양(培養)이란 의미는 생태학적 용어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문익점 선생 처남 주경선생 호가 배양재(培養齋)인데, 이는 모든 절의를 수행함을 배양한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배양 마을은 전에 ‘뱀동[巳洞]’ ‘뱀이’라고 불린 마을입니다. 이는 마을 앞 언덕이 뱀 모양으로 구불거리고 가면서 남쪽의 두꺼비를 보고 입을 벌린 형국(形局)에서 전해 오는 이름 입니다. 전형적인 사두혈(蛇頭穴)로 길지를 의미합니다. 뱀형은 쥐, 개구리 혹은 물 등을 상징하는 자그마한 흙더미나 바위를 안산으로 가져야 길지라고 합니다. 배양 마을은 단성고을의 진산인 내산(來山)에서 뻗어 내린 줄기에 위치합니다. 안산은 남강 건너편 엄혜산(226m)입니다. 배양마을에서 보면 엄혜산 돌이 많이 흩어져 깔려 있는 비탈처럼 너덜 바위가 마을에 비칩니다. 이 바위가 마을에 비치면 좋지 않다고 하여 이를 가리기 위하여 마을 앞 언덕에 기다란 소나무 숲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는 마을 앞 언덕에 28개의 바위가 있었는데, 이를 단성성 축성 때 파헤쳤다고 합니다. 이후 언덕에 소나무 숲이 조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것이 풍수에서 자연의 약점을 인간의 힘으로 보완해 주는 비보풍수의 개념입니다. 배양마을 소나무도 일제 강점기에 수난을 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배양 마을숲은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아 2010년 전통 마을숲 복원사업으로 오늘날 온전한 숲으로 거듭났습니다. 배양 마을입구 왼쪽에는 소나무 숲에 조성된 당산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마을 공동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면서 배양 마을숲이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가족은 봄을 만끽하고 돌아왔습니다./이상훈 마령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