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등학교(이하 전주고)는 명문 학교입니다. 전주고를 명문이라고 할 때 다양한 근거가 있겠지만 필자는 학교 교훈에서 찾고 싶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전고인 ‘자강(自彊)’, 확실한 가치관과 뚜렷한 소신을 지닌 전고인 ‘자율(自律)’,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자존심 높은 전고인 ‘자립(自立)’ 등이 전주고 교훈입니다. 참으로 멋지고 품격 있는 교훈입니다. 이런 교훈에서 성장한 전주고인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전주고로 발령 받았을 때 설렘 보다는 긴장감으로 잠들지 못하고 몇 날을 뒤척였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담장 너머로만 보았던 교정을 직접 방문했을 때 교정 규모에 놀랐다기 보다는 명문고에서 근무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주고는 풍수적으로 전주 명당판에 위치합니다. 전주의 진산인 승암산(기린봉)에서 뻗어 내린 맥이 마당재를 지나 인봉리 능선으로 뻗어 내립니다. 인봉리 자락에서 뻗어 물왕멀을 형성했는데, 안쪽으로 휘돌아 맥이 멈춘 아래쪽에 전주고가 자리합니다. 맥이 멈춘 곳이 혈처(穴處)인데, 과거 아름드리 소나무 숲 아래에 누정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소나무 아래 누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하여 ‘노송대(老松臺)’라 불렸다고 합니다. ‘노송동’이란 마을 이름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노송대가 있었던 자리에는 현재 전주고 도서관인 ‘노송서관’과 기숙사인 ‘우정학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주고의 심장부라 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복개하여 볼 수 없지만 교문 앞에 명당수인 노송천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복원되어 맑디맑은 노송천을 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전주고는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개교합니다.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가장 큰 시련은 2번에 걸친 화재라 생각됩니다. 완벽한 명당판에 위치한 전주고는 한 가지 비보(裨補)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학교 정면에 있는 산이 화기(火氣)를 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과거 교정 현관 앞에 분수대가 설치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교정을 지으면서 소나무 숲과 사자상을 조성한 것 역시 화재를 방지할 목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2011년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느티나무 숲이 조성되었는데, 마을로 비유하자면 수구막이 숲이 조성된 셈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느티나무 숲은 널따란 그늘을 제공하여 체육대회나 백일장을 할 때 학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게 될 것 입니다.
전주고의 교목은 소나무입니다. 혈처인 노송대, 마을이름 노송동, 소나무 숲 노송원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교목이 소나무답게 교정주변에는 소나무 숲으로 둘려 쌓여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조성된 숲이라 자연미는 부족하지만 소나무 숲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전주고의 연원을 느낄 수 있는 나무는 정문을 들어서면 줄 지어선 히말라야시다 입니다. 마을에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키듯 연륜을 가진 나무가 학교 역사를 말해 줍니다. 학교숲도 하나의 새로운 숲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생명의 숲’에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모하는 숲 모델중 하나입니다. 성장기에 교정이 자연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전주고는 곧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전주고를 전주고답게 만든 것은 ‘자강(自彊)’, ‘자율(自律)’, ‘자립(自立)’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간상을 만드는 인재 육성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명문고는 ‘자강(自彊)’, ‘자율(自律)’, ‘자립(自立)’의 품격을 갖춘 전고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6년간의 전주고 생활을 마치고 3월이면 진안 마령고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마령면 원강정 마을에서 조그만 방을 구해 생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마을숲 이야기에 마을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이상훈 전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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