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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

이유경개인전

온 몸이 휘어지도록
세월을 읽고 있던 나무들이
오월의 햇살을 안고
고운 빛으로 다가선다


오랜 시간
비바람에 갇혀있던 내 마음도
깊은 상념의 끝자락에서
싱그러운 생명의 빛으로 눈이 부시고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따라
바람이 들려주는 작은 속삭임 속에서
나를 치유하고 있는 이 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품안에서
괜한 투정으로 나를 보채며 힘들어 하지 말고
환하게 웃어보자꾸나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봄기운으로 충만한 이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나브로 바람 흩어지는 저녁 강가에 푸른 산 빈 가슴으로 추억을 노래하며 생각에 잠겨있네.  세월의 발자국 따라 정처 없이 흐르는 바람 길엔 지난 삶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고 달빛 내려앉은 강가엔 내가 바람이 되어출렁이고 있네. 바람, 머물면 그리움이 되고 바람, 흐르면 아름다운 시절로 남을까. 바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가 3월 4일까지 이유경 초대전을 갖는다.
 '바람, 잠시 쉬어가다'를 주제로 한 이 자리는 바람, 꽃, 달 등 자연을 소재로 한 20여편의 글에, 나무, 달 등을 직접 그려내면서 자연과의 만남을, 또 인간과의 길항 관계를 담아냈다. 작가의 다섯번째 작품집 '바람 잠시 쉬어가는 길'에 등장하는 장면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작품마다 공백(空白)과 자연스러운 여백(餘白)의 미가 함께 공존한다. 작품 속에서 표현된 자유스럽고 당돌한 붓질, 빠르고 섬세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기교 등 찰나적 포착,  미학의 정신과 절제되면서도 과감한 여백 등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이란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것이 아니며, 사물을 그리되 사물 안에 내재된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시(詩)도 함께 담아내는 것이라 말한다. 이는 결국 정신적 깊이로, 다양한 율동과 표정을 보여주며 소리 없이 조용한 시(詩)로 화면 안에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나온 날과 현재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바람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바람 잠시 쉬어가는 길'은 ' 풀향기 머문길(2010년)', '그리운 바람(2011)' '길섶에 서서(2012)' , '꽃이 내게 말하네(2013)' 등에 이은 작가의 다섯번째 작품집이다.
작가는  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전라북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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