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 서울관(인사아트센터 내)이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정웅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의 20회 개인전으로 ‘책으로 그린 자연 이미지’를 테마로 자연과 인간의 합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즉,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작품 속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 권의 책에는 너무 많은 말들이 고여 있고 응고돼 있다. 책을 펼치면 행간에 머물러있던 무수한 말들이 기립해 다가온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 다시 말들은 문자꼴로 결박되어 고요하다. 제목은 그 안에 가득한 말들을 연상시켜 준다. 하지만 무수한 책들로 가득한 책장이나 서재는 헤아릴 수 없는 말, 문자들로 가득해 울울하고 침침하다. 책을 펼치는 행위는 그 말들을 환생시키는 일이다.
작가는 옛 책과 지금의 책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서로 뒤섞이고 각기 다른 문맥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들에 대해 본질적인 근원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터이다. 물론 작품의 주재료는 '책'이다. 작가에게 책은 물감이며, 그것이 선이 되고, 면이 되며 색으로 표현된다. 책 역시 자연에서 왔으며, 이 또한 자연의 현상으로 자연에서 발취된 순수한 재현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작업은 책을 모으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함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모으는 일과 같다. 책들은 세월이 지나 누렇게 바랜 오래된 고서부터 최근 발간된 각종의 수많은 도서들로 각기 사람들의 스토리와 그에 따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여있 다. 하나의 작품 안에는 시집, 수필집, 소설책 등 누군가에게 흥미롭게 읽혔을 텍스트들이 가득하지만 지금은 이미지가 되고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스토리로 태어나게 된다.
그후 작가는 책들을 펼칠 수 없게 옆면을 본드로 봉한 후 손으로 직접 칼질을 하고 토막 내어 얇게 잘라낸다. 이는 책의 의미를 지워내는 일인 것으로 펼칠 수 없는 책,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책 속의 텍스트들은 모두 하나로 붙어버리거나 칼에 의해 파괴된다. 이를 통해 책의 기능과 의미를 환원시켜 다른 세계의 자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렇게 해와 달, 나무와 산, 꽃과 새, 집과 도시 등 섬세한 아름다움을 투영시킨 가운데 작가의 작품 세계를 확장시켜 보여준다. 작가는“자연은 실재이며 실재는 전부”라고 말한다. 그것은 존재를 넘어서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그 어떤 다른 세계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 자연의 모든 것을 근원으로 보고,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인간과 합일화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가는 전주대 미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 반영 미술상, 전북 청년미술상, 한무리 미술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에서 특선 2회를 수상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전라북도 미술대전, 온고을미술대전, 춘향미술대전, 벽골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제1분과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라북도미술대전 초대작가, 투사와 포착, SALE, Quarter, 지붕전 회원,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제 전북지역운영위원, 전주대 객원 교수 등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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