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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봉수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전북 도내에 산재해 있는 봉수대(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급한 소식을 전하던 옛날의 통신수단) 가운데 원형이 100% 보존된 곳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현재 100여개나 넘는 봉수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종합적인 시굴조사, 또는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숫자마저 파악이 안되고 있는 등 체계적인 보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수 많은 봉수대가 묘, 또는 헬기장 등으로 사용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학술적 고증을 거치지 않고 복원, 원상이 훼손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군산대학교, 임실문화원, 전북문화원연합회 등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장수군 21곳을 비롯, 진안군 12곳, 임실군 12곳, 무주군 9곳, 군산시 5곳, 남원시 4곳, 완주군 4곳, 부안군 3곳, 익산시 2곳, 고창군 2곳, 김제시 1곳 등 전북 도내엔 1백여 곳에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진안 태평봉수대(전북 기념물 제36호)와 부안 계화리봉수대(부안향토문화유적 제9호) 등 단 2곳만이 문화재로 지정보호 받고 있다. 진안 태평봉수대는 남쪽의 고달산 방면과 동쪽의 장수 장안산 방면에서 봉수를 받아 운주, 탄현으로 전하는 중요한 곳으로, 1995년 남쪽 일부가 무너져 진안군이 5,000여만을 들여 복원을 했지만 벽면이 각지고, 직선으로 오르는 계단도 경사가 심해 원래의 모습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안의 계화리봉수대 최근에 복원됐지만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안의 월고리 봉화산 봉수대는 정상부에 원형의 평탄한 대지가 남아있었지만 오래 전 ‘해넘이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일부 훼손됐으며, 부안 점방산봉수대는 무너진 원형이 석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군산 사자암봉수대는 군사시설로 인해 완전히 흔적을 잃어버렸으며, 군산 점방산 봉수대는 모두 훼손돼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또, 무주 봉화산 봉수대는 석축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으며, 무주 매방재산 봉수대는 이미 오래 전 헬기장으로 조성돼 사라졌다.

무주 향적봉 봉수대는 등산로 개설로 인해 봉수와 관련된 자취를 찾을 수 없으며, 진안 갈용리 봉수대는 봉수의 축조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석재들이 산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임실문화원과 군산대박물관이 참여, 발행한 ‘임실의 산성 및 봉수’는 13개에 이르는 봉수대가 과거 백제와 고려를 거쳐 조선 중반까지 오는 동안 임실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에 새롭게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연안에 10개소, 새만금권역 내 도서에 7개소 등 모두 17개의 봉수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잘 활용, 학술적 고증을 거쳐 정비 및 복원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역사관광자원으로 크게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원형이 잘 보존된 봉수대를 선별, 숲길을 따라 등산로를 개설하고, 주변의 잡목을 제거한 후, 지역민과 청소년들의 교육, 체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봉수대의 활용도가 많은 기장 차성문화제, 부산 황령산봉화제, 수원화성문화제, 이천 설봉문화제, 부여 임천충혼제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까닭이다.

군산대박물관 조명일 전시팀장은 “봉수대는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방어 수단과 통신수단 등으로 이용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며 “전북 도내의 봉수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종합적인 발굴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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