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미륵전(국보 제62호)의 1층엔 ‘대자보전(大慈寶殿)’, 2층엔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엔 ‘미륵전(彌勒殿)’ 등 각각 다른 명칭의 현판이 걸려 있는 것처럼 쓴 사람도 모두 제각각이다. '대자보전'은 김진민선생, '용화지회'는 김돈희선생이 각각 썼으며, 미륵전은 작자 미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 도내에 산재한 편액과 현판에 스며든 스토리를 찾다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넘쳐나면서 답사의 즐거움을 더한다.
전주 객사엔 중국 명나라 사신 주지번이 휘호한 ‘풍패지관(豊沛之館)’이 자리하고 있다. 주지번은 남경 사람으로 북경에 와서 과거시험을 보았지만 계속 낙방을 했다. 익산 장암의 송영구가 조선 사신으로 연경에 갔을 때, 그의 사람됨을 보고 과거보는 방법과 학문하는 자세 등을 성심껏 알려줬다. 바로 이같은 인연으로 인해 훗날 장원급제한 주지번이 조선에 사신으로 오게 됐을 때 '풍패지관'과 익산 장암의 '망모당' 편액, 남원의 '영사정 편액' 등을 휘호했다. '풍패지관'은 초서로 썼으며, 남한에서 가장 큰 편액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사정' 편액은 해서로 썼으며, 옆에 간지가 있는 가운데 주지번의 낙관이 선명하다.
정읍 무성서원 양수재의 주련엔 독특한 필체로 쓰인 '하우전(중국 우임금의 글씨체)'이 보인다. 하우전은 전서 가운데 아주 기괴한 글씨로 글자를 판독하기 힘들지만, 이를 주련한 것은 우임금의 정치와 왕위선양을 후대인들에게 본받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되는 대목이다. 심원정(논개사당 들어가는 입구의 정자)의 '만국태평(萬國泰平)'이란 글씨는 아주 해석하기가 난해하고 기이해 형상을 알아보기 어렵다. 이 역시 현재 사용하지 않는 하우전 글씨체다.
무주 안국사 일주문 정면엔 강암 송성용선생이 쓴 ‘적상산 안국사(赤裳山 安國寺)’라는 편액이 보인다. 일주문 뒤의 편액엔 여산 권갑석선생이 휘호한 ‘국중제일정토도량(國中第一淨土道場)’을 만날 수 있어 서로 좌웅을 겨뤘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금산사의 ‘대적광전’ 글씨는 석전 황욱선생이 세로로 휘호한 만큼 사뭇 다른 느낌이다. 1986년 겨울, 보물 제476호로 지정된 금산사 대적광전이 원인 모를 화재로 소실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이 가능하다. 숭례문이 화재를 막기 위해 세로로 쓴 것처럼 말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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