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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토리

광한루, 최대의 동물원(?)

 

 

 

 

 

 

 

 

 

 

 

 

명승  제33호 광한루원(廣寒樓苑)은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원이다.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있는 아득한 우주관을 표현하고 있다. 광한루의 호수는 곧 하늘의 은하수가 된다.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을 고이는 데 썼다고 하는 지기석을 호수 속에 넣고, 견우가 은하수를 건너 직녀를 만날 때 사용한 배를 상한사로 이름하면서 호수에 띄워놓았는데, 바로  오작교다.
 완월정 뒤에는 호석, 광한루(보물 제281호) 앞엔 자라돌, 광한루에 코끼리 2마리(좌우 한쌍), 토끼와 이의 등을 탄 거북이 2쌍(좌우 한 쌍), '호남제일루' 편액 위 왼쪽 모서리엔 거북이 1마리, 바로 옆  비석 3개엔 거북 모양의 좌대, 광한루 인근의 춘향사당엔 토끼와 이의 등을 탄 거북이 1쌍이 있는 등 광한루원(廣寒樓苑)은  동물원(?)으로 무병장수, 영생불사의 꿈이 깃들어 있다. 원래 원(苑)'이란 울타리를 쳐 짐승과 나무를 키우는 곳이란 의미가 아닌가. 편집자 주
 
오작교 앞, 완월정 옆 잔디밭에 있는 호석(虎石)은 모양의 돌조각이다. 이  호랑이 석상은 조선 순조 임금 때 전라감사 이서구(李書九)가 남원의 지세를 보고 세운 것이라 한다. 똑같은 것이 남원 수지면 고정마을에도 있는데 역시 이서구가 만든 것으로 전하고 있다. 왜 호랑이 석상을 세웠을까? 풍수 때문이다. 남원 남동쪽 30리 거리에 견두산(犬頭山·개머리산·790m)이 있다. 견두산을 바라보면 개처럼 생겼다. 하지만 사납고 굶주린 형상으로, 구례나 곡성 쪽이 아닌 남원을 노려보는 모습이다. 이렇듯 험한 산세는 이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나. 견두산의 거센 기세를 누를 수 있는 것은 호랑이 밖에 없다. 이에 호랑이 석상을 세워 그 기운을 진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광한루 기둥 위에는 토끼를 업은 거북이 좌우로 각 1쌍씩 장식되어 있으며, 호남제일루 위 왼쪽 모서리엔 거북이 한마리가, 광한루 앞편에는 큰 돌 자라 한 마리가 못으로 뛰어 들어 가려는 듯한 자세를 볼 수 있으니 용궁 세계를 향한 염원을 담고 있다. 화강암으로 곱게 깎아 만든 ‘큰 자라돌’이 삼신산을 바라보고 금방이라도 뛰어들 듯이 앉아 있는 모습이 아닌가. 용궁은 이상향이자 선계이지만 갈 수 없는 곳인 만큼 정원 속에 각 상징물들을 배치해 현실 세계에 이를 구현했던 것 같다. 자라 돌은 용궁까지도 염두에 두고 조성된 정원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잘 말해주고 있다. 
 광한루의 기둥 좌우로 코끼리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이빨과 코가 아주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코끼리는 불교의 유입과 함께 들어온 동물로, 정신적인 힘과 현명함, 신중함, 그리고 힘과 정력을 상징한다. 특히 코끼리 힘은 코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이 기둥의 코끼리 역시 힘을 자랑하듯 코를 높이 쳐들고 있으며, 위의 무게를 등으로 받치고 있는 듯해서 아주 인상적이다.
 광한루원 안의 춘향사(春香祠) 옆에 30기의 비석이 담장을 따라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본래 동헌이나 부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것을 광복 후에 이곳으로 옮겨 보존하게 됐다. '삼청이정사적비(三廳釐正事蹟碑)' 등 비석 3점이 거북 모양의 좌대에 세워졌다. 비석군 맨 처음에 자리한  '삼청이정사적비(三廳釐正事蹟碑)'는 남원부사 이식이 진상청, 보민청, 연호청 삼청의 문란을 바로잡은 공적을 새긴 사적비로 1748년(숭정기원후재무진)에 세워졌다.  '부사조위수유혜비는  1684년에 세워졌지만 비가 부러져 1688년에 다시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조위수는 1680년(숙종 6) 8월부터 1683년 7월까지 남원부사를 지냈다.  비석군 맨 끝에 자리한 '부사정엄선정비(府使鄭淹善政碑)'가 있다. 뒷면의 맨 앞 두 글자가 마모가 심해 건립 연대를 알 수 없으며, 정엄(1530ㅡ1611)은 1573년(선조 6)에 남원부사로 2년 동안 재임했다.
 춘향사당의 토끼와 거북장식 역시 광한루처럼 토끼가 거북의 등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가깝게는 ‘귀토설화’의 주인공이지만 설화의 원천을 따진다면 부처님의 본생담과 관련있는 동물이다.  사람들은 흔히 마음을 바다에 비유한다. 파도가 잠든 깊은 바다에는 항상 흔들림 없는 심연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일러 해인(海印)이라 한다. 번뇌의 바람이 잠든 마음의 바다, 그것을 또한 해인삼매(海印三昧)라고 한다. 이 해인삼매의 바닷속에 잠겨 있는 용궁은 관념상의 불국정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는 때로 각기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 상징물로 존재하기도 한다. 토끼는 달의 상징형으로, 거북이는 극락정토를 지상의 공간에 구현하는 상징형으로 볼 수 있다./새전북신문 이종근 문화교육부장